2003년 몽골에 선교사로 파견된 마렝고 추기경
2022년 몽골 교회 최초·유일 추기경으로 임명
전 세계 추기경 중에서 두 번째로 젊은 추기경
올해 4월 중앙아시아 주교회의 의장으로 선출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 몽골 교회 사목방문
보편 교회와 몽골 교회, 서로 알아간 기회
교황, 초기 교회 닮은 몽골 교회 역동성 주목
앞으로 함께 걸어갈 유대의 반석 마련한 계기
대한민국의 15배가 넘는 땅에 신자 수는 1500여 명. 몽골 가톨릭교회는 세계에서 가장 작고 젊은 교회 가운데 하나다. 그리스도교가 처음 전해진 것은 오래전이지만 근대까지 지속적으로 뿌리내리지는 못했고, 공산 체제 아래에서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공산 체제가 무너지고 1992년 교황청과 몽골이 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선교사들이 입국하면서 새로운 복음화의 길이 열렸다. 새 출발한 몽골 교회는 3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작다. 거대한 조직도,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도 없다.
그러나 몽골 교회 전체를 관할하는 울란바타르지목구장 조르조 마렝고 추기경은 바로 그 ‘작음’에서 몽골 교회의 힘을 찾는다. 많은 신자나 큰 조직에 의존할 수 없기에 하느님 말씀과 성사, 사랑 실천, 서로를 책임지는 공동체라는 신앙의 본질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렝고 추기경은 이를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몽골의 전통 가옥에 빗대 ‘게르 같은 교회’라고 표현했다.
조르조 마렝고 추기경.
1974년생인 마렝고 추기경은 현재 전 세계 추기경 중 두 번째로 젊다. 꼰솔라따 선교 수도회 소속으로 2001년 사제품을 받았고, 2003년 수도회 최초의 몽골 선교사로 정식 파견됐다. 2020년 울란바타르지목구장에 임명돼 주교품을 받았으며, 2022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몽골 교회 최초이자 유일한 추기경이다. 올해 4월에는 몽골·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7개국 지역 교회를 아우르는 중앙아시아 주교회의(CCBCA) 제2대 의장으로 선출됐다.
20년 넘게 몽골에서 살아온 그가 말하는 선교는 사람을 끌어모으거나 공간을 넓혀가는 일이 아니다. 사람들 가운데 살아가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기쁨과 어려움을 나누며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 이른바 ‘복음의 속삭임’이다.
몽골 교회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주한 교황대사가 주몽골 교황대사를 겸하고 있으며, 여러 한국인 선교사가 몽골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사목 중인 몽골인 사제도 한국에서 사제 양성을 받았다. 본지는 마렝고 추기경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작은 교회가 지닌 복음적 힘과 오늘날 선교의 의미, 몽골 복음화에 헌신한 한국인 선교사들의 자취, 한국 교회와 몽골 교회가 서로에게 배울 점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18년 3월 31일 마렝고 추기경이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의 게르에서 신자들과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OSV
중앙아시아 주교회의 의장으로 선출되셨습니다. 몽골의 작은 선교 공동체를 이끌어온 추기경님께 이 새로운 소임은 어떤 의미입니까?
중앙아시아 주교회의는 소련 붕괴 이후 이 광대한 지역에 매우 젊고 소수인 교회들이 모자이크처럼 생겨난 선교 역사의 흐름에 대한 응답으로 2021년 탄생했습니다.
이들 공동체는 지리적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고, 이슬람이나 불교가 다수를 이루는 곳, 또는 세속주의적 성격이 강한 국가 등 서로 다른 문화·종교적 환경 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세 가지 특징을 공유합니다. 소수인 처지와 취약한 조직 기반, 그 속에서도 발휘되는 놀라운 복음적 창의성입니다.
하나의 주교회의로 뭉친 것은 이러한 도전에 각자 흩어져 맞서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가톨릭교회의 현존을 서로 조율하고, 한정된 자원을 나누며, 서로 도와 성직자와 평신도를 양성하고, 교회와 사회 안에서 더욱 분명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교회의는 단순한 조정 기구가 아니라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말씀하신 ‘차이들의 조화’를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자리입니다.
제게 이 부르심은 뜻밖의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 소임을 우리 공동체들의 구체적인 경험, 곧 물질적 수단은 부족할 때가 많지만 신앙과의 관계에서는 풍요로운 그 경험을 소중히 간직하고, 중앙아시아의 형제들과 보편 교회를 위해 나누라는 초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2023년 9월 1일 몽골을 사목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울란바타르지목구장 마렝고(맨 왼쪽) 추기경에게 한 어린이가 스카프를 건네고 있다. OSV
작은 선교 교회들이 교황님과 보편 교회와의 일치를 더욱 절실하게 느끼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작은 선교 교회들은 큰 수단을 갖고 있지 않으며, 흔히 사회적·문화적으로 특별한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신앙을 살아갑니다. 이러한 소수인 처지는 베드로의 후계자와 이루는 일치라는 선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이 친교가 없다면 우리는 먼 변방에 흩어진 취약한 공동체들에 그칠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레오 14세 교황께서는 자신은 정치인이 아니며 복음에서 출발해 말하고자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상기시키셨죠. 또 평화와 대화, 민족 간 협력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는 모든 이를 인정하고 지지하라고 권고하셨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첫 번째 기준은 논쟁의 역학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교황께서 제시하시는 관점에 서는 것입니다.
주교들 역시 복음적인 시선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소명은 대립 구도에서 어느 한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화해를 향해 나아가는 모든 발걸음을 격려하는 데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추기경님을 서임하고 직접 몽골을 방문하셨습니다. 보편 교회가 몽골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몽골 가톨릭교회는 정말 작은 교회입니다. 첫 세례는 1995년 주님 부활 대축일에 있었고, 오늘날에도 여러 종교 전통이 깊이 자리 잡은 이 나라의 전체 인구와 비교하면 수적으로 매우 미미한 공동체입니다.
그런데도 교황께서 2023년 이곳을 직접 찾으셨습니다. 그 행동 자체가 하나의 표징입니다. 교회의 결실은 통계나 권력으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변방의 상황에서도 복음에 얼마나 충실한가로 가늠된다는 사실을 교황께서 일깨우고자 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첫 선교사들이 1992년에야 도착했을 만큼 젊은 교회를 선택하심으로써, 교황은 자연스럽게 사도행전의 공동체를 떠올리는 ‘초대 그리스도인들’의 역동성을 부각하셨습니다. 작은 공동체지만 형제적 삶의 밀도는 매우 높고, 신앙은 나눔과 봉사라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방문은 보편 교회와 몽골이 서로를 더욱 깊이 알아가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교황은 서로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직접 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관심을 표현할 때 신뢰가 생겨남을 보여주셨습니다.
몽골처럼 젊은 교회가 교황과 세계 교회에 스스로의 얼굴과 역사, 취약함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됩니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함께 걸어갈 진정한 유대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서울 WYD, 중앙아시아 청년들의 소박한 헌신과 참된 신앙 드러낼 기회”
2023년 9월 2일 몽골을 사목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울란바타르지목구장 마렝고 추기경이 울란바타르 주교좌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성당 밖에 모인 신자들을 반기고 있다. OSV
‘복음의 속삭임’ 지향하며 연대하는 선교
고 김성현 신부, 몽골 현지 복음화에 기여
거대 조직 없지만 본질에 집중하는 교회
서울 WYD 준비하는 중앙아시아 청년들
2025년 서울 WYD 대표단 방문 때 환대
준비 조직 구성·적극적인 대회 참여 계획
오랫동안 몽골에서 선교사로 살아오셨습니다. 복음화율, 신자 수보다 ‘현존’ 자체가 중요한 선교지에서 교회가 가장 먼저 보여줘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몽골과 같은 환경에서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거대한 사업이나 전략이 아닙니다. 귀 기울이고, 나누고, 동행하는 현존입니다. 사람들 가운데 살아가고, 그들의 삶을 나누고, 가정의 기쁨과 어려움에 함께하며, 한마디로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 그것이 첫 번째 복음 선포입니다.
이는 작은 걸음의 사목, 제가 즐겨 표현하는 ‘복음의 속삭임’과 같은 사목을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공간을 차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우리를 빚도록 자신을 맡기고, 우리가 파견된 곳에서 하느님께서 어떻게 말씀하시는지를 읽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연대 안에서, 또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관계 맺으며 살아가는 방식 안에서 말입니다.
우리가 하는 가장 근본적인 증언은 초원의 작은 ‘새싹’에 불과하지만, 기도하고 전례를 거행하고 서로 사랑하며 하나 되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소박함입니다. 결국 참행복을 살아가는 것이며, 우리는 언제나 그러했습니다.
몽골 교회에서는 2023년 선종한 총대리 김성현 신부를 비롯해 여러 한국인 사제·수도자·평신도 선교사들이 봉사해왔습니다.
한국인 선교사들은 몽골 교회의 여정에 중요한 기여를 해왔고,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성현 신부는 헌신과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삶으로 깊은 자취를 남겼습니다. 그는 선교 성소의 본질을 깊이 묵상했고, 모범적인 본당 주임 사제로서의 정체성을 사셨습니다. 그의 집 문은 언제나 열려 있었습니다. 또한 깊이 기도하는 사람이었고, 선교 활동이 언제나 하느님과의 친밀한 관계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아울러 김 신부는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을 따라 선교는 개종주의가 아니라 매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여기셨습니다. 소비주의 정신과 극단적 자유주의의 폐해로 갈수록 분열되는 세상에서는 절제와 봉사로 특징지어지는 그리스도인의 삶 자체가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고, 사람들에게 더 바람직한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여긴 분입니다.
그는 온전히 몽골적인 교회를 꿈꿨습니다. 현지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성소를 북돋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위대한 선교사였습니다.
몽골 선교사 김성현 신부(맨 오른쪽)가 생전 게르에서 몽골 신자들에게 기도와 교리를 가르치며 사목하는 모습. 가톨릭평화신문 DB
1998년 대전교구에서 사제품을 받은 고 김성현 신부는 2000년 몽골 선교사로 파견돼 이후 20년 넘게 투철한 선교 정신과 주님 따르는 목자로서 성전 건립, 가난한 이웃과 함께하는 삶, 유목민들과도 함께하며 ‘몽골 교회의 아버지’로 불린 사제다.
몽골과 중앙아시아의 작은 교회들의 모습을 통해 한국 교회가 배울 점은 무엇입니까?
한국 교회는 놀라운 성장을 이뤘으며, 사목의 역동성과 교육 역량, 사회적 헌신, 선교 열정에서 아시아 전체의 중요한 기준점이 됐습니다. 우리도 감사하게 그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활력 있는 교회라도 언제나 자신의 소명 원천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기에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김 신부처럼 한국에서 몽골로 온 선교사들과 나눈 대화를 떠올려보면, 이곳의 풍요로움은 취약함 속에 살아가는 그리스도교의 힘, 관계의 소박함, 그리고 모두가 서로를 알고 서로에게 책임을 지는 공동체의 기쁨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공동체들은 많은 신자 수나 거대한 조직에 의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본질적인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느님 말씀과 성사, 구체적인 사랑 실천, 그리고 주일 전례에 그치지 않고 일상의 나눔으로 계속되는 신앙 공동체 생활입니다.
몽골의 전통 가옥인 ‘게르’와 같은 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조직이 지닌 사회적 무게는 없지만, 몽골인들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과 검소함을 지니고 있고, 하느님과 관계 맺는 데 거의 타고난 듯한 감각도 있습니다. 이곳의 지리적 환경 덕분이기도 하죠. 이곳에선 어디에나 하늘이 펼쳐져 있기 때문입니다.
2025년 5월 8일 레오 14세 교황이 선출된 직후 조르조 마렝고 추기경과 악수하고 있다. 마렝고 추기경 제공
몽골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대국 사이에 자리하며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를 잇습니다. 몽골 교회도 주변 국가들과 교황청을 잇는 ‘작은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몽골은 두 거대한 이웃인 러시아·중국과 자연스럽고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동시에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한 이후 몽골 정부는 개방과 협력의 정신으로 국제사회의 여러 동반자와 관계를 발전시키고 심화하는 길을 선택해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몽골 사목 방문 때 이러한 지향을 높이 평가하시며 단순한 정치를 넘어 진정한 ‘제3의 이웃 정신’에 관해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작은 나라가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대화와 협력, 평화를 향해 언제나 또 하나의 통로를 찾아가는 능력을 뜻하셨죠. 교황은 다른 민족에게 다가가는 일이 흔히 식민주의나 지배 욕망과 혼동되어온 역사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이러한 태도를 제시하셨습니다.
몽골의 작은 교회도 이러한 감수성에 공감합니다. 몽골의 역사와 문화에 뿌리내리면서도 성좌를 통해 더 넓은 관계망에 속해 있음을 느낍니다. 성좌가 있는 바티칸은 아주 작은 영토이지만, 그 영향력은 권력이 아니라 친교라는 차원에서 가늠됩니다. 다만 우리의 소명은 외교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평화의 추구를 소중히 여기고 북돋는 데 있습니다.
찾아가는 WYD 서울대교구 순례단이 조르조 마렝고 추기경 및 현지·한국인 청년들과 함께 2027 서울 WYD 플래카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는 중앙아시아와 몽골 젊은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선사합니까? 한국 교회와 많은 젊은이들과는 무엇을 나누고 싶습니까?
2027 서울 WYD는 분명 만남과 나눔, 축제의 기회가 될 것이며, 중앙아시아와 몽골 젊은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참여는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겠지만, 적극적일 것입니다. 우리 젊은이들은 자신들에게 익숙한 환경과는 매우 다른 곳에서도 가톨릭 신앙을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또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신앙의 길에서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느끼고, 매우 크고 다양한 한 가족에 속해 있음을 발견하는 것은 우리 젊은이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젊은이들도 작은 교회 환경 속에서 신앙 활동에 헌신하며 살아온 자신들의 소박함과 헌신을 다른 이들에게 내어놓을 것입니다.
몽골과 중앙아시아 교회들은 서울 WYD 참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2025년 여름 우리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조직위원회 대표단의 방문을 기쁘게 맞았습니다. 그들의 방문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했고, 우리가 세계청년대회 참가를 제대로 준비하게끔 하는 데에 큰 격려가 됐습니다.
이에 준비 조직이 꾸려졌고, 몽골에서 본당 주임으로 사목하는 대전교구 한영인 신부가 준비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또 중앙아시아 젊은이들이 모두 서울에 모였을 때 이들끼리 별도의 소규모 만남을 마련할 수 있을지 검토하기 위해 카자흐스탄의 전국 청년 사목 책임자와도 연락하고 있습니다. 이 국제적인 만남 역시 각국의 청년 사목을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