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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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신부의 특별기고] ‘공적 경배’와 ‘사적 신심’의 차이

순교자 성월의 거룩한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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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교회에는 시복과 시성을 염원해온 신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반가운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하느님의 종’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의 시복 예비 심사는 현장 조사 단계까지 마쳤고, ‘땀의 증거자’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시복 안건에 제출된 치유 사례도 교황청 시성부 의학자문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여 기적 심사의 첫 관문을 넘었다.

오랫동안 두 분을 비롯해 여러 시복 대상이신 분들을 사랑하고 기억해온 신자들에게 이보다 기쁜 소식은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기쁨과 애정을 교회의 뜻 안에서 더욱 아름답게 키워가며, 언젠가 맞이할 시복·시성의 날을 어떻게 올바로 준비하면 좋을까.

그 준비는 사랑을 줄이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랑을 교회가 가르치는 올바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를 위해 먼저 교회가 말하는 ‘공적 경배’와 ‘사적 신심’의 구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적 경배란 교회의 이름으로, 합법적으로 지정된 이가, 교회 권위가 승인한 행위를 통하여 바치는 것을 말한다.(교회법 제834조 제2항) 성인과 복자에 대한 이러한 공적 공경은 교회가 공식 인정한 이들에게만 허용된다. 곧 “교회 권위에 의하여 성인들이나 복자들의 명부에 기록된 하느님의 종들만이 공적 경배로 공경될 수 있다.”(교회법 제1187조) 따라서 아직 시복 절차 중에 있는 가경자와 하느님의 종들에겐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바치는 사적 경배는 권장되지만, 그 경계를 넘어설 수는 없다.

예컨대 성당을 누군가의 이름으로 봉헌하는 일, 곧 주보명(主保名)을 정하는 것은 명백한 공적 경배에 속한다. 「성당과 제대 봉헌 예식」 제2장 봉헌 예식 지침 4항은 분명히 말한다. 봉헌되는 성당의 주보명은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의 신비나 호칭 △성령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호칭 △거룩한 천사들 △「로마 순교록」(Martyrologium Romanum)에 실린 공인된 성인의 이름이어야 한다고 말이다. 아울러 한 문장이 따라붙는다. “복자의 이름은 사도좌의 허락 없이는 쓸 수 없다.” 복자조차 별도 허락이 필요한데, 그 전 단계인 가경자(可敬者)나 하느님의 종을 주보명으로 삼는 것은 더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랑하는 ‘하느님의 종’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결코 적지 않다. 교회는 사적 경배의 범위 안에서 여러 방식을 권장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의 2025년 9월 12일 자 「시복 추진 중인 하느님의 종에게 바칠 수 있는 경배 방식」에 따르면, 하느님의 종을 기억하는 현양 미사를 봉헌할 수 있고, 미사의 보편 지향 기도나 끝 부분에 그분의 시복을 위한 기도를 포함할 수 있다.

묘소나 유적지를 순례하며 시복·시성을 기원하고 전구(轉求)를 청할 수 있으며, 받은 은총을 방문 기록에 남기는 것도 권장된다. 그분을 기리는 심포지엄·세미나 개최, 건축물·학교·거리의 헌정, 관할권자가 승인한 기도문을 담은 상본 배포도 가능하다. 우리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길은 이토록 넓다. 다만 더 나아가고자 하는 그 한 걸음만은 교회가 “아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거절이 아니라 기다림이다. 무릇 새벽이 깊을수록 동트는 빛은 가깝고, 잘 다듬은 대나무일수록 그 피리 소리가 깊은 법이다.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을 비롯한 하느님의 종들의 시복·시성이 마침내 이뤄지는 날, 우리는 비로소 떳떳하고 당당하게 온 교회의 이름으로 그 이름을 성당 주보로 모실 수 있으리라.

그날을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앞서가려는 사랑의 발걸음을 조금 늦추고, 교회와 함께 그 거룩하고 찬란한 아침을 준비하는 것이다. 사랑은 때로 기다릴 줄 아는 데서 더욱 충만히 완성된다는 고금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그날이 오기만을 교회 가르침에 따라 학수고대(鶴首苦待)하여 본다. 아멘.

※이 글은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의 감수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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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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