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국가에서도 일하세요?”
개신교 단체 구호 팀장이라고 하면 자주 듣는 질문이다. 물론이다. 아니, 25년간 구호 현장은 무슬림 지역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2002년 아프가니스탄을 시작으로 이라크 전후 복구, 이란 지진, 아프리카의 소말리아와 말리, 최근 갔던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까지.
구호 활동의 대원칙은 명확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생명을 구하고 고통을 덜어주는 일을 최우선으로 한다.’ 이를 위해 지켜야 할 네 가지 원칙은 인류애, 중립, 공평, 독립이다. 인류애로 생명과 존엄을 지키고,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며, 종교·인종·성별에 상관없이 오직 필요에 따라서만 공평하게 돕는 것이다.
이 원칙대로 이슬람 국가라도 48시간 이내에 재난 현장으로 달려간다. 다만 종교와 문화가 크게 다른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한다. 종교 지도자들을 존중하고 기도 시간과 금식 기간을 배려하며 현지 복장과 예절, 성별 관습을 따르는 것이 기본이다.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시다).”
모스크에서 아잔(이슬람에서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이 울리면 현지인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기도하는데, 이들은 하루 다섯 번 기도 시간을 철저히 지킨다.
이라크 모술에서의 일이다. 바그다드행 군용 헬리콥터 기장에게 체류연장 관련 서류를 전달해야 하는데 프린터기의 말썽으로 제시간에 출발하지 못했다. 늦으면 절대로 안 되는 상황이라 조마조마한 마음에 무수히 성호를 그으며 가던 중, 갑자기 차가 멈춰 섰다.
‘안돼!’ 차가 고장 난 줄 알고 비명을 지르려던 순간, 운전 기사와 직원들이 차에서 내리더니 작은 담요를 펴고 기도를 시작했다. 그날 결국 헬리콥터를 놓치며 혹독한 수업료를 치렀다.
라마단에는 더욱 그렇다. 한 달간 해가 있는 동안 일체의 음식과 물을 취하지 않는 금식 기간이라 물자 배급이나 회의 시간도 이에 맞춘다. 파키스탄 지진 구호 때는 한여름 라마단이었다. 우리 팀과 일하는 현지 공병대원 50여 명은 살인적인 땡볕 아래 하루 종일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무너진 산길을 복구했다. 오후가 되면 하얗게 마른 입술을 파르르 떠는 군인들 앞에서는 물 마시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앗 살람 알레이 쿰(평화를 빕니다).”
구호 활동의 성패는 현지 종교 지도자들과의 관계에 달려있다. 그래서 첫 일정으로 종교 지도자들을 만난다. 이때 여성 요원은 머리를 가리고 헐렁한 옷을 입으며, 상대가 먼저 악수를 청하거나 말을 건네기 전에는 나서지 않는다. 남자 요원은 현지 여성들과 일체의 신체접촉은 물론 차량 등 밀폐된 공간에 여성과 단둘이 있는 것도 피해야 한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꼭 도와야 하나요?”
내 대답은 분명하다. 어떻게 해서라도 도와야 한다!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고, 이들 역시 하느님이 창조하신 소중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가톨릭교회는 1965년 「비그리스도교 선언 (Nostra Aetate)」을 통해 무슬림도 하느님 안에서 아브라함의 후손인 이웃이며, 그들에게도 하느님의 창조와 사랑의 은총이 미친다고 선언했다.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기 때문에 더욱 존중하고 사랑의 손길을 뻗치라는 지침이다.
이래서 나는 내가 가톨릭 신자인 것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글 _ 한비야 비아(국제구호전문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