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쓰기 시험지에 틀린 글자 하나 때문에 울던 아이가 있었다. 다음 시험엔 그 글자를 다시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몇 해가 지나 돌아보면, 아이 안에서 달라진 것은 그 한 글자만이 아니었다. 틀려도 손을 다시 드는 사람, 실수한 친구를 나무라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같은 오답에서 시작했지만, 하나는 정답을 익힌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 달라진 것이다. 우리는 둘 다 ‘배웠다’고 부르지만, 이 둘은 같은 말이 아니다.
중국 산시성 소재 타이위안사범대학교 교육대학 연구진은 2026년 6월,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생 777명을 조사한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진은 교실이 실수를 다루는 분위기, 곧 오류관리 풍토에 주목했다. 이 풍토는 두 가지 경로로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는 경로이고, 다른 하나는 능력이 노력으로 자란다는 믿음, 곧 ‘성장 마인드셋’을 키우는 경로다.
연구진은 이 두 경로 가운데 어느 쪽이 아이의 도전하는 힘, 이른바 혁신 자기효능감에 더 크게 이어지는지를 살폈다. 두 경로 모두 유의미했지만 격차는 뚜렷했다. 두려움을 줄이는 경로보다 성장 마인드셋을 키우는 경로가 세 배 남짓 크게 작용했다. 단지 겁먹지 않게 된 것보다, 자신이 자랄 수 있는 존재라는 믿음이 아이의 도전하는 힘과 훨씬 더 강하게 맞물려 있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 결과로 실수를 어떻게 해석하도록 돕느냐가 아이의 성장 마인드셋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짐작한다.
AI도 학습할 수 있다. 정답과의 차이를 계산해 오차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내부 수치를 조정하는 일이다. 그러나 개선은 딱 그 작업 안에 갇혀 있다. 손가락을 더 정교하게 그리게 된 이미지 생성 AI가 더 신중해지거나 겸손해지는 것은 아니다. 한 문제를 더 잘 풀게 된 언어 모델이 다른 낯선 문제 앞에서 태연해지는 것도 아니다. AI의 학습은 능력 하나를 갱신할 뿐, 그 능력을 지닌 존재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 어제보다 나아진 수치가 있을 뿐, 어제보다 나아진 존재는 없다.
반면 사람은 한 번의 실패로 그 기술만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 전체가 달라진다. 시험에서 무너져 본 경험은 훗날 전혀 다른 자리에서, 낯선 이의 아픔을 알아보는 눈으로 되살아나기도 한다. 학습으로는 무엇을 아는가를 배우고, 성장으로는 어떤 사람이 되는가를 배운다.
그래서 우리가 아이에게, 또 서로에게 물어야 할 것은 얼마나 빨리 정답을 맞히는가가 아니라 실수 앞에서 어떤 사람이 되는가다.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난 사람은 그 일 하나만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더 너그럽고 단단한 사람이 되어 걸어 나온다. 그 너그러움과 단단함은 시험지 밖에서도, 삶의 다른 자리에서도 그 사람을 지켜 준다.
알고리즘은 갱신되고, 사람은 성장한다. 그 차이를 잊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아이를, 그리고 자기 자신을 키우는 방식이어야 한다. AI가 학습한다? 그래도 인간만이 성장한다.

글 _ 최홍규 안토니오(EBS 디지털교육기획부 연구위원, 미디어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