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이야기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등장하는 과일, 바로 사과다. 백설공주의 독 사과, 뉴턴의 눈앞에 떨어진 사과, 빌헬름 텔의 어린 아들 머리 위에 얹힌 사과. 최근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화 ‘오디세이’의 서막인 트로이 전쟁을 발발시킨 것도 다름 아닌 파리스 왕자의 황금 사과다. 물론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과는 아담과 하와가 따먹은 사과일 것이다.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유한한 삶을 살도록 한 원흉이니 말이다.
그런데 성경 속 에덴동산의 선악과가 실제로 어떤 열매였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성경에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로만 언급될 뿐이며, 서양 회화와 문학 작품에서 사과로 흔히 묘사되다 보니 그 통념이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선악과가 석류·무화과·모과 또는 살구라고 주장한다. 성경을 라틴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사과가 되었다는 가설, 중동에서 나는 감귤류인 에트로그(etrog, 시트론)가 고대 그리스에서 ‘페르시아 사과’·‘황금 사과’라고 불리다가 서양 문화권에서 사과로 잘못 알려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쨌든 사과는 지난 수백 년 동안 다양한 예술 작품에서 선악과를 대표하는 과일로 묘사되었다. 창세기 3장의 내용을 그린 성화에서 사과는 유혹과 인간의 타락을 상징하며, 정물화에 썩은 사과가 하나 또는 여러 개 있을 때 이는 원죄를 나타내는 소재로 해석되곤 한다. 반면 성화 속 어린 예수님이나 성모 마리아가 손에 사과를 들고 있는 경우에는 구원·구속을 상징하는 것으로 본다.
사과가 성경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가서에는 “나의 연인은 숲 속 나무들 사이의 사과나무”(아가 2,3), “사과로 내 기운을 북돋아 주셔요”(아가 2,5) 등 사과라는 이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된다. 여기서 사과는 야생에서 자라는 원생종으로 추정되며, 오늘날 우리가 소비하는 사과는 오랜 세월 수많은 교배를 거쳐 만들어진 품종들로 현재 사과나무속에는 무려 7500가지 이상의 재배종이 있다.
한편 예수님과 황금 사과에 대한 재미있는 전설도 있다. 이탈리아의 성녀 아분단시아가 여덟 살 어린 소녀였을 때, 그녀는 황금 사과를 들고 있는 성화 속 어린 예수님을 보며 그 황금 사과를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천진난만한 마음이 사랑스러워 보였던 것일까. 그림 속 예수님께서 아분단시아에게 사과를 건네주었다. 너무 기뻤던 아분단시아는 예수님께 무언가를 드리고 싶어서 한겨울 추위에도 밖으로 뛰쳐나갔는데, 놀랍게도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해 있어 꽃을 꺾어 제대에 바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