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슬 (헬레나) 신문취재팀 기자
“깊이 반성하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공직을 비롯해 새로운 자리에 도전하는 이들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는, 이른바 ‘사회적 용서’를 청하는 장면이다. 다시 말해 용서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미래 세대인 청소년이 다시 일어설 기회를 위축시킬 수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 즉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추는 문제다. 현행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의 상한을 한 살 낮춰 13세부터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소년범죄의 해법으로 ‘빨간줄’을 긋는 것이 최선일까.
삶을 대하는 자세는 어른이라도 시시때때로 바뀐다. 법적으로 성인이 됐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하물며 성인이 되기까지 수년이 남은 청소년에게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조치는 범죄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리는 것과 같다. 벌을 주는 것과 범죄자 낙인을 찍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죄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물어야 하지만 처벌 연령을 낮추는 논의는 심사숙고해야 한다. 피해자의 회복을 보장하면서도 가해 청소년 역시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 진짜 해법이다.
청소년보다 많은 세월을 살아온 어른들도 용서를 구하는 요즘, 정부의 촉법소년 논의를 다시 생각해본다. 자신의 삶을 다시 세우고자 하는 간절함만큼, 우리 사회의 미래 세대를 다시 일으킬 지혜를 찾는 데에도 간절해야 한다. 처벌 이후의 삶까지 고민하는 것, 어느 한 사람의 미래조차 포기하지 않는 것이 사회의 책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