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립 생명학술원 사무총장 안드레아 츄치 신부가 11일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옴니버스파크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AI 최대 쟁점 ‘책임’…“책임은 늘 인간에게 있다” 단언
“모든 의료 영역은 의료 전문가 감독·관리 아래 있어야”
AI 의료시대 교회가 할 일은 ‘인간적 만남·형제애 회복’
인공지능(AI) 시대, 아프면 병원을 찾기보다 AI에 증상을 먼저 묻는 사람이 늘고 있다. 보건의료계도 지역·필수·공공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AI로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그러나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교황청립 생명학술원 사무총장 안드레아 츄치 신부는 “오늘날 AI 시스템에서 ‘책임’은 가장 큰 논쟁 가운데 하나”라면서도 “책임은 언제나 인간에게 있다”고 단언했다. 츄치 신부는 AI 윤리 증진을 위해 설립된 ‘RenAIssance’ 재단 사무총장으로도 활동하며 글로벌 AI 윤리 담론을 주도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정보융합진흥원과 생명대학원이 11일 ‘의료 분야에서 AI 윤리’를 주제로 연 특별 강연회의 연사로 나선 츄치 신부는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AI와 더 넓은 의미의 디지털 전환이 인간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며 “기술이 인간 삶을 넘어 사회 자체를 재편하면서 가져올 사회적·인류학적 결과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모든 의료 영역은 언제나 의료 전문가의 감독과 관리 아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청 생명학술원 사무총장 안드레아 츄치 신부가 11일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옴니버파크에서 ‘의료 분야에서 AI 윤리’를 주제로 열린 특별 강연회의 연자로 나섰다.
츄치 신부는 “나의 강연을 요약하면 ‘AI 시대 인간의 몸’이라 표현할 수 있다”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AI 시대에는 몸을 데이터로 대상화하면서 오히려 몸을 잃어가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에서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환자의 몸 상태와 삶을 그저 데이터로만 바라볼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기에 “오늘날 교회가 인간적 만남과 형제애를 회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에서 AI가 의료진과 환자의 관계를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를 대체하기 위해 사용된다면, 환자는 결국 기계와 상호작용하게 된다”며 “AI를 통해 오히려 반복적인 업무를 줄여 의료진이 더 많은 시간을 환자에게 할애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에서 정보융합진흥원 원장 김대진(바오로) 교수가 소개한 AI 기반 의료기술 역시 진료기록과 영상 판독, 재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의료진의 업무를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AI의 발전 속도만큼 윤리적 기준을 세우는 일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인간 중심성과 인간의 통제·책임, 설명 가능성,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사회적 정의와 공동선 등이 주요 AI 윤리 원칙으로 제시됐다.
츄치 신부는 “AI 현상은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되묻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기술이 본래 더 정의롭고 자유로우며 편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등장한 만큼 ‘정의’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레오 14세 교황이 회칙 「고귀한 인류」를 통해 당부하듯 “인간을 위해 등장한 기술이 데이터 독점으로 인해 차별과 불의를 심화하고, 새로운 형태의 노예제와 식민주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결국 AI 시대 의료가 지켜야 할 중심에는 인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츄치 신부는 “가톨릭교회는 공동선을 수호한다”며 “이것이 AI 시대, 교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