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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투사의 칼 닮은 탐스러운 꽃

[신지현의 ‘성서와함께’ 가꾸는 기도의 정원] 18. 글라디올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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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와함께 제공


고대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검투사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글래디에이터’. 글래디에이터는 ‘검투사’라는 뜻의 라틴어 글라디오토르(gladiator)에서 온 것으로, 이는 당시 로마 병사와 검투사들이 사용하던 칼인 글라디우스(gladius)에서 파생된 단어다.

글라디우스는 오늘 소개하는 꽃 글라디올러스의 어원이기도 하다. 잎이 날카로운 칼처럼 길고 곧게 뻗어 있고 끝 부분이 뾰족하다고 하여 글라디올러스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데, 같은 이유로 영어권에서는 이 꽃을 ‘칼의 백합(sword lily)’이라 부르기도 한다.

칼을 닮은 길쭉한 잎도 시선을 끌지만, 사실 글라디올러스가 정원을 가꾸거나 꽃꽂이를 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은 화사하고 탐스러운 꽃 덕분이다. 글라디올러스는 한여름부터 초가을 사이에 개화하는 식물로, 요즘 꽃시장에 가면 싱싱한 제철 글라디올러스를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꽃은 흰색·연보라색·분홍색·주황색·연두색 등 색깔이 다채롭고, 꽃잎 질감도 매끈한 것이 있는가 하면 풍성한 드레스 자락처럼 주름진 것도 있다. 큼지막한 꽃은 길쭉하게 뻗은 꽃줄기를 따라 아래에서 위로 꽃차례를 이루며 핀다. 글라디올러스는 꽃꽂이할 때 서너 줄기만 있어도 라인을 표현하거나 길이감을 살리기 좋아 제대 꽃꽂이는 물론 각종 꽃장식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이처럼 예쁜 외모에 쓰임새도 훌륭한데 ‘칼’이라는 상징성까지 지니고 있으니 글라디올러스는 묵상 소재로도 참 적절한 꽃 같다. 칼로 죽음을 맞은 성인과 순교자들, 또는 칼을 들고 적과 맞선 수호성인들은 서양 예술 작품에서 종종 칼을 든 모습으로 묘사된다. 바오로·바르톨로메오·야고보 사도나 미카엘·잔 다르크의 성상이나 회화를 보면 손에 긴 칼 또는 단검을 쥐고 있거나 칼로 무언가를 무찌르는 모습을 하고 있다.

조선 박해 시대,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와 정하상 바오로를 포함한 103위 순교자들의 대다수가 칼날 아래 목숨을 잃었다. 한국 천주교회는 이들과 신앙을 지키다 목숨을 바친 다른 모든 순교자들을 기억하며 이번 달을 순교자 성월로, 오늘(9월 20일)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로 지낸다. 한국에만 있는 이 특별한 대축일, 많은 성당 제대 앞은 순교자의 피와 희생을 상징하는 붉은 꽃으로 장식된다. 꽃들은 침묵 속에서 이야기할 것이다.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믿음으로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은 아름다운 이들이 있었으며, 죽음도 그들을 하느님과 갈라놓지 못했다고.
 

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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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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