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햇살 아래 눈이 시리도록 붉은 고추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넉넉한 가을걷이에 나선 할머니의 손길이 분주하다.
허공으로 붉은 결실을 흩뿌리는 두 손과 주름진 얼굴에는
수확의 기쁨과 풍요로움이 가득 번진다.
자연이 내준 이 눈부신 색채 속에는 지난 계절 흘린 땀방울에 대한
보상과 대지를 향한 깊은 감사가 오롯이 배어 있다.
바라만 보아도 마음마저 배부르고 훈훈해지는,
참으로 경건하고 아름다운 가을날의 정경이다.
글·사진 _ 양종훈 다큐멘터리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