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엔 카미노!”
지난주, 두 번째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했다. 2년 전에는 ‘까미노 프리미티보’를 올해는 ‘까미노 포르투갈 해안 길’을 걸었다. 완주한 성당 친구가 ‘하느님께 듬뿍 칭찬받은 기분’이라고 했을 때 웬 호들갑인가 했는데,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서 “하느님, 저 왔어요”라고 기도하는 순간, ‘어서 오렴, 내 딸아!’ 하시며 다정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듯한 느낌을 나도 받았다.
가톨릭 신자이자 걷기 좋아하는 내게 산티아고 순례는 오랜 버킷리스트였다. 여러 번 계획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자전거 사고로 무릎을 다쳐 해마다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걸어도 아프고, 안 걸어도 아프다면 걷고 아픈 게 남는 장사’라는 마음으로 더 늦기 전에 도전하기로 했다.
남편과 내가 택한 길은 공식 루트 중, 가장 역사가 깊은 ‘까미노 프리미티보’였다. 9세기 사도 야고보 무덤을 찾아 왕 알폰소 2세가 걸었던 길로 약 300km를 2주 정도 걷는 코스다. 처음 며칠은 무릎 통증과 물집으로 한 걸음 한 걸음이 고통스러웠지만, 순례는 ‘몸으로 하는 기도’라는 말을 되새기며 성모송과 영광송을 바치며 걸었다.
다행히 마음은 대만족이었다. 산길과 숲길은 다채로웠고, 순례자들을 위해 길가에 물과 과일을 내놓던 시골 사람들의 환한 미소는 정겨웠다. 길목의 채플에서는 짧은 기도를, 마을 성당에서는 순례자를 위한 저녁 미사를 드릴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오래된 수도원을 개조한 공립 알베르게(숙소)에서 마른 빵 한 덩이와 물을 놓고 감사기도를 드릴 때는 정말 순례자가 된 기분이었다.
이런 감동에 더해 체력에도 자신이 붙어 산티아고에 도착한 날 저녁, 다음 순례길을 정했는데 그게 포르투갈 해안 길이었다. 어쩌다 보니 공식 루트 중 가장 오래된 길과 최근 인기 급상승 중인 길을 걸은 셈이다.
두 길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두 길 모두 남편은 10kg, 나는 7kg의 배낭을 메고 노란 화살표와 조개껍데기 문양을 따라 하루 20km 남짓 걸었다. 배낭에는 하얀 조가비를 매달아 ‘까미노 족’임을 알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부엔 까미노!’를 주고 받는 것도 같았다.
이번 해안 길은 해안에 바싹 붙거나 해양 생태공원을 지나는 길이 많았는데, 어우러진 바다와 하늘은 푸르고 아름다웠다. 그림엽서같이 예쁜 길이 일주일 이상 이어지니 인기 폭발할 만했다.
그래서일까, 내게 이 길은 순례길보다는 예쁜 도보여행 길에 가까웠다. 저렴하고 푸짐한 순례자 식당 대신 고급 카페와 음식점이 많았고 성당이나 채플은 적었다. 성당 안에서도 기도보다 순례자 여권에 도장만 찍고 가는 이들이 훨씬 많았다. 마치 크리스마스에 예수님은 없고 케이크와 카드만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요즘 까미노는 이렇게 순례자와 관광객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누군가는 성 야고보의 발자취를 따라, 누군가는 풍경을 즐기려, 또 누군가는 자신을 만나기 위해 걷는다. 이것이 까미노의 새로운 모습이자 시대의 흐름이다. 그러니 타인의 걷는 목적을 판단하며 아쉬워하기보다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어야 할 것이다.
“나는 지금 여행 중인가, 순례 중인가?”

글 _ 한비야 비아(국제구호전문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