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신문취재팀 기자
9월 16일 ‘한국인 첫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1846년 병오박해로 새남터에서 순교한 지 180주년이 된 날.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우측 외부 벽감에 세워진 성 김대건 신부상을 처음으로 보는 영광을 누렸다.
설치한 지 3년이 지난 성상은 여전히 대리석 특유의 아름다운 순백색을 자랑했다. 익숙한 우리 전통 복식을 입고 인자한 얼굴을 한 김대건 신부는 양팔을 좌우로 살짝 벌린 채 순례자들을 반겼다. 멀리서도 여러 한국인이 성상 아래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가톨릭 신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얼굴에는 하나같이 반가움과 자랑스러움이 묻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을 넘어 동아시아 성인으로는 최초로 성 베드로 대성전 외벽을 차지한 주인공이 아니던가. 김 신부 양옆으로는 서아시아 출신 계몽주의자 성 그레고리오 와 성 마론이 자리하고 있다. 전자는 역사상 최초로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채택한 아르메니아의 사도요 수호성인이고, 후자는 동방 가톨릭교회의 주요 일원으로 1600년 역사를 지닌 마론 교회(마론파)의 영적 시조다. 동방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과 김대건 신부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이 벅차게 다가왔다.
내년 9월 24일이면 김 신부가 순교 11년 만에 가경자로 선포된 지 170주년이 된다. 복자 비오 9세 교황이 시복 안건 개시를 재가하면서다. 김 신부가 라틴어로 남긴 자필 서한들은 훗날 피와 땀으로 한국 교회를 일군 파리외방전교회 신학교의 ‘순교자의 방’에 보존·전시됐다. 그리고 볼리외 신부 등 병인박해 순교 성인들을 비롯한 미래 선교사들의 가슴에 뜨거운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김 신부의 삶이 주는 울림은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에도 유효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