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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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 먼저, 검증은 나중에” 낙태약 허용 강행, 태아 생명·여성 건강 위협

낙태약 도입과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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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낙태약 도입 공식화
헌재 결정·국회 입법권 무시한 절차
일방적 정부 행태에 시민단체 반발

전문의도 낙태약 안전성 우려
약물 낙태자 71.4 추가 수술 받아
처방 기준·부작용 대처 없어 위험



정부가 낙태약물의 도입을 공식화했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만이다. 가톨릭교회는 국회 입법을 우회한 행정 방안에 즉각 우려를 표했다.

낙태약물 도입은 단순히 하나의 의약품을 허가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약물 안전성과 의료체계, 국회의 입법권과 행정부 권한 등 여러 쟁점이 맞물려 있다. 본지는 정부의 낙태약물 도입 방안 발표를 계기로 지금까지의 경과와 추진 방식, 각계 반응을 짚어봤다. ‘낙태약 도입, 그 7년의 논쟁’이다.

성평등가족부는 9월 16일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동으로 제14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낙태약물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약물 도입 초기 2년간 의료기관 내 의사의 직접 처방·조제 원칙으로 관리하고, 부작용 및 안전성 검토 등을 거쳐 점진적 확대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대상은 임신 9주 이하 임신부로 한정했다. 복합제인 낙태약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복용한 뒤 7~14일 이내 의료기관을 다시 방문해 낙태 결과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도입 목표는 내년 1분기로 잡았다. 낙태죄 관련 입법 공백이 지속되면서 음성적으로 약물이 유통되는 등 여성 건강·안전이 저해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9월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낙태약물 도입을 대통령이 직접 결단해야 할 ‘개혁과제’로 규정했다.
 

미페프리스톤 상자들이 책상에 놓여 있다. OSV


“접근성 높여야” vs “안전성 우려”

정부 발표에 낙태를 찬성해온 여성단체들은 대상을 임신 9주 이하로 제한하고, 병원에서 처방하고 조제하는 것 자체가 낙태에 대한 여성의 접근성을 낮출 수 있다고 반겼다. 반면 낙태를 반대해온 시민단체들은 “국민 생명 보호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편향된 이념에 매몰돼 헌재의 결정과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고 법 개정 없이 낙태약물 수입품목 허가를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70여 개 단체로 이뤄진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은 정부 발표 후 성명을 내고 “2018년과 2021년 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낙태 실태조사를 보면, 약물 낙태자의 71.4가 낙태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아 추가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며 “약물에 의한 낙태는 결코 간단하거나 안전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약물에 의해 1차로 태아는 죽었지만, 태반 등이 배출되지 않아 심한 출혈과 복통이 유발되어 결국 병원에서 추가 수술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가 말하는 낙태약의 안전성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산부인과 김찬주(아가타) 교수는 “우리보다 먼저 낙태약을 도입한 일본도 원내 대기를 필수로 하다가 이후 병원의 일정 반경 안에 있도록 했다”며 “과다 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고, 그럴 경우 병원까지 빨리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낙태약이 병원 밖으로 나가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낙태약을 처방하려면 그 부작용도 처치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에서 해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방침들은 의료인으로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우선 처방의 주체가 산부인과 의사로 한정되지 않은 점이다. 김 교수는 “낙태약으로 인한 사망 사례를 분석해보면 대부분 자궁 외 임신이 원인”이라면서도 “생리 불순인 여성이 있기 때문에 임신 7주라 하더라도 아기집이 다 보이는 게 아니고, 그래서 산부인과 전문의가 돼도 자궁 외 임신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생리 주기가 두 달에 한 번인 사람들은 좀더 지켜봐야 하는 등 산부인과 의사들도 제일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암 진단이 아닌 자궁 외 임신을 놓칠까 봐 하는 우려”라며 “산부인과 초음파는 오진 위험도 크기에 단순히 초음파를 보는 역량을 갖췄다고 낙태약을 처방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낙태약 도입 방침에 대해서도 “마라톤을 뛰면서 규칙을 만드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하물며 약 처방에 있어 허가를 먼저하고 안전한 사용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00~2024년 지켜본 결과, 미페프리스톤 관련 사망 사례가 36건 있었다”며 “24년 가까이 36건밖에 없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낙태약을 복용하지 않았으면 죽지 않았을 사람들의 수”라고 했다. 김 교수는 “임신부는 환자가 아니다”라며 “일반적으로 지병이 있어 약을 먹다가 부작용이 발생해 사망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경우”라고 강조했다.

부작용을 동반하는 낙태약이 취약계층과 미성년자들을 더욱 위험에 내몰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김 교수는 “낙태수술비가 비싸서 취약계층과 미성년자들을 위해 낙태약을 도입한다지만, 부작용이 생길 때 이들이 비싼 응급실에 올 수 있겠냐”며 “국가는 취약계층이 어떻게 하면 보호받을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아이를 낳으려는 이들조차도 분만 인프라가 부족해 응급실 뺑뺑이를 도는 실정”이라며 “낙태 인프라 전에 분만 인프라부터 갖추는 게 순서”라고 거듭 밝혔다.


낙태 제도화 변천 과정

낙태는 1953년 형법이 제정될 때부터 ‘죄’로 규정돼왔다. 태아의 생명 또한 국가가 법적으로 보호해야 함을 인식한 것이다. 그러나 2019년 헌재가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낙태죄 손질을 요구했다. 낙태죄 예외 조항(낙태 허용 조항)을 다룬 모자보건법 14조의 사항들을 제외한 모든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후속 입법 기한인 2020년까지 입법이 이행되지 않았고, 결국 낙태죄는 2021년 효력을 잃었다. 형법에 명시돼 있지만, 처벌 조항이 효력을 잃어 낙태해도 처벌받지 않는 ‘무법지대’가 된 것이다.

이후 제21대 국회 임기 종료까지 후속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 2025년 9월 16일 123대 국정과제에 낙태 합법화와 낙태약 도입이 포함됐다. 낙태와 임신중절이라는 용어를 ‘임신중지’로 바꾸겠다고도 했다.

법제처는 8월 19일 후속 입법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현행법상 낙태약물의 품목허가가 가능하다는 법령해석을 내놨다. 그리고 정부는 국정과제 발표 후 꼭 1년 만인 지난 9월 16일 낙태약 도입을 공식화하고, 방안을 공개했다.

김현숙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형법은 법무부 소관이지만, 복지부 소관인 모자보건법은 하반기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22대 국회에는 6개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용어

낙태약물
 정부가 도입 추진 중인 낙태약은 현대약품이 품목허가를 신청한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복합제 ‘미프지미소’다. 미페프리스톤은 임신 유지에 필수적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차단해 자궁내막 탈락을 유도, 태아를 사망에 이르게 한다. 미소프로스톨은 사망한 태아와 임신 산물을 모체 밖으로 배출하기 위해 자궁 수축과 자궁경부 이완을 유도한다.

낙태·임신중절·임신중지
낙태의 법적 용어는 ‘낙태’와 ‘임신중절’이다. 현 정부와 여성단체 등은 임신과 출산을 여성의 관점에서 표현하고자 낙태를 ‘임신중지’라 표현하지만, 이는 공식적인 법적 용어는 아니다. 가톨릭교회는 ‘임신중지’라는 표현이 태아의 생명을 죽이는 낙태의 본래 의미를 가릴 수 있다고 보고 ‘낙태’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위원회 위원장 문창우 주교

일방적 조치, 결국 화는 여성에게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총무 겸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는 낙태의 상업화를 우려했다. 오 신부는 “정부 발표 이후 현대약품 주가가 치솟았다”며 “정부가 낙태약 처방 자격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로 한정하지 않고 ‘자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는데, 비만약도 도입 때 기준을 정해 처방하도록 했지만 결국 지금 남용되고 있지 않으냐”고 했다.

이어 “낙태약 불법 유통을 이유로 합법화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불법을 단속하는 이유는 불법이기 때문이며, 정부의 논리라면 지금 불법 유통되는 모든 것을 합법화해야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가톨릭교회는 인간 생명이 수정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가르침에 대해 확고하다. 생명은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로, 누구도 임의로 빼앗거나 처분할 수 없는 존엄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위원회 위원장 문창우 주교는 “2019년 헌재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권리를 균형 있게 아우르는 법안을 주문했는데, 현재 일방적 행정 조치로 우회하려는 정부 행태가 매우 우려된다”고 밝혔다.

문 주교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 발표 때부터 교회 입장을 꾸준히 전하고, 대화를 요청해왔다. 문 주교는 “하지만 정부는 자신들의 불가피한 상황을 설명하는 정도였다”며 “종교계 등의 의견도 수렴했다고 하지만, 나온 도입안을 보면 소통을 적극적으로 했다고 볼 수 없는 결과”라고 안타까워했다.


생명 지키는 사회적 안전망부터

지난 3월 주교회의가 발표한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성명서에는 △생명 존중의 법적 원칙 확립을 위한 형법 개정 △숙려 기간 및 상담 의무화 △생명 살리는 병원 보호 △무분별한 낙태약물 유통 규제 △임신·출산·양육에 대한 남성의 공동 책임 강화 △낙태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사회 구조와 문화적 인식 변화 등 여섯 가지 방안이 제시돼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 발표 내용에 이 같은 내용은 없다. 문 주교는 “낙태약 도입에 앞서 위기 임신 상담이나 그들에 대한 주거·생계 지원과 같이 생명 앞의 어려운 현실을 개선해나갈 여건이 있음에도 성급하게 낙태약부터 도입하려는 점이 당황스럽다”며 “정부가 책임지는 모습이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생명의 존엄이 위협받는 위기 앞에서 돌봄과 영적 지원을 넘어 모두가 서로를 더욱 치유하고 용서할 수 있는 희망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더욱 느낀다”며 “앞으로도 교회는 의료인의 양심적 거부권을 담보할 관련 법안들을 만들어나가고, 생명단체들과 반대 시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주영 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주영 주교도 “오늘날 인류는 전쟁과 기후위기, 낙태 등 생명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생명을 불어넣어 주시는 주체는 인간이 아닌 하느님이며, 생명의 주권은 하느님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자들에게는 “세례 때 받은 의무를 상기하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생명과 반대로 흘러가는 지금 우리 상황을 경각심을 갖고 바라보고, 신앙에 근거한 ‘생명 존중’을 다시금 되새겨달라”고 강조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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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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