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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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양 신부의 특별기고] 하늘(天)과 인간(人)과 땅(地)을 위한 ‘생태신학적 전환’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의 새 문헌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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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물과 창조주를 거스르는 죄’를 벗어난 ‘생태신학적 전환’: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의 새 문헌 

박준양 신부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교수) 


 


1969년 성 바오로 6세 교황에 의해 설립된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International Theological Commission)는 전 세계 30명의 신학자를 5년 임기로 선발해 하나의 위원회로 구성한다. 이러한 국제신학위원회의 설립은 세계주교대의원회의 1967년 제1차 정기총회에서 결정된 것이다. 한국인으로는 조규만(원주교구장) 주교가 제7대(2004~2009) 위원으로 처음 임명되었고, 두 번째로 필자가 제9대(2014~2020) 및 제10대(2021~2026) 위원으로 연속 임명되어 지난 9월 초의 마지막 문헌 발간까지 12년간의 위원회 활동을 했다.
 

국제신학위원회는 사도좌를 도와 신앙교리부와 긴밀히 연결되어 보편 교회의 중요한 교의적, 신학적 문제들을 검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시의성과 중요성을 지니고 떠오르는 문제와 쟁점들을 신학적으로 성찰하고 그에 대한 응답으로 교회 공식 문헌을 작성해 출간하는 것이 주된 과제이다. 그래서 전 세계의 대륙별 지역을 대표하는 신학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나, 유럽 교회 비중이 큰 편이다. 제10대 위원회에는 아시아 대표 2명(한국, 인도)과 중동 대표 1명(레바논)이 있었다. 필자는 2007~2020년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전문신학위원으로 활동하였기에, 아시아 교회의 고유한 전망과 생생한 목소리를 국제신학위원회의 신학적 논의에 전달하고 반영시키기 위하여 사명감을 가지고 12년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 위원들이 2024년 12월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국제신학위원회는 5년 임기의 각 위원회에서 오늘날 보편 교회의 가장 중요한 신학적 쟁점 3가지를 선정한 후, 각 10명씩 3개의 소위원회를 구성한다. 그런 다음 각 주제의 초안을 작성하고, 이를 전체 회의를 통해 모두 함께 검토하고 논의하는 작업을 역동적으로 순환 반복하면서, 5년 안에 각 문헌을 완성한다. 1969년 설립 이후 그동안 계속 발표된 국제신학위원회 문헌들은 현대 가톨릭 신학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새로운 분야의 신학 교과서 역할을 하는 근거 문헌이 되었다. 필자는 제9대와 10대 위원회를 연속으로 거치면서 총 6개의 교회 공식 문헌 작성과 출간 작업에 직접 참여하였다.
 

제9대 위원회에서 발표된 가장 뜻깊은 문헌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이 잘 반영된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시노달리타스」(2018)이다. 그리고 다른 두 문헌인 「모든 이의 선을 위한 종교자유」(2019)와 「성사적 경륜 안에서 신앙과 성사들의 상호성」(2020) 역시 현대 세계 안에서 보편 교회가 마주한 첨예한 쟁점을 다루고 있다.
 

이어서 제10대 위원회에서 발표된 세 가지 공식 문헌은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드님, 구세주: 니케아 보편공의회 1700주년(325~2025)을 기념하여」(2025), 「인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인류 미래의 일부 시나리오에 직면한 그리스도교 인간학의 사유」(2026), 그리고 「우리 공동의 집 돌보기: 삼위일체 하느님께 드리는 책임성 있고 형제자매적인 응답」(2026)이다. 첫 번째는 교회 역사의 첫 보편공의회였던 니케아공의회 1700주년을 맞아 그 역사적 의미와 현대적 전망을 성찰하는 문헌이다. 두 번째는 오늘날 개량된 증강 인간을 시도하는 트랜스휴머니즘과 인간 한계 극복을 통해 수명 연장을 꿈꾸는 포스트휴머니즘 흐름에 마주하여,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의 본질적 의미를 다시금 숙고하고 탐구하는 신학적 인간학 분야의 문헌이다.
 

그리고 지난 9월 2일 발표된 마지막 세 번째 문헌 「우리 공동의 집 돌보기: 삼위일체 하느님께 드리는 책임성 있고 형제자매적인 응답」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원론적이며 실천적으로 제시한 생태학/생태영성 전망을 창조론의 관점에서 구체화하고 심화시켜 신학 교과서적으로 정립한 문헌이다. 필자는 이 마지막 문헌을 작성하는 소위원회의 총무직을 맡아, 가장 최근까지 소위원회의 다른 동료 신학자들과 함께 그 마무리 작업에 전력을 다하였다. 이 문헌은 교의신학 관점에서 창조의 삼위일체론적 특성을 잘 제시하고 설명하기에, 그동안 전통 신학과의 연결점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던 생태학적 흐름과 전망을 신학적으로 이론화해 본격적인 창조-생태신학으로 처음 정립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인간의 본래적 선성(善性), 창조 안에 내재
 

이 문헌 제1장에서는 창조 세계 안에 창조주이신 삼위일체 하느님의 발자취가 새겨져 있다는 점을 제시한다. 즉, 인간이 계속 성장을 도와 마침내 삼위일체 하느님 안에서의 완성으로 인도해야 할 본래적 선성(善性)이 창조 안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교회의 여러 위대한 교부와 성인 학자, 즉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보나벤투라, 빙겐의 힐데가르트 등의 작품을 깊이 분석함으로써 창조의 성사적 차원을 설명한다. 이처럼 창조 세계 전체에 있는 삼위일체의 흔적을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당신 업적인 창조물과 함께 현존하시기에, 인간이 다른 창조물과 맺는 관계는 언제나 창조주와의 관계를 내포하는 것이다.


자연 파괴는 창조주를 거스르는 죄

문헌 제2장에서는 심도 있는 성서-조직신학적 성찰을 통해 창조 세계 안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와 역할에 관하여 탐구한다. 여기에서는 전통적인 죄 신학을 생태신학 관점에서 재해석해 ‘창조물과 창조주를 거스르는 죄’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즉, 인간이 ‘공동의 집’인 지구를 돌보아야 할 책임을 망각하고 자연환경을 무분별하게 훼손하고 파괴하는 행위는 직접적으로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과 동료 인간에 대한 죄가 되며, 나아가 창조주 하느님께 대한 죄가 된다는 신학적 의미에서 이런 표현을 처음 도입한 것이다.

 

인간은 그러한 죄의 악순환 굴레에서 벗어나, 그리스도 안에서 창조 세계를 하느님께 봉헌하며 만물을 위하여 하느님의 강복을 간청해야 한다. 인간은 모든 창조 세계가 마침내 하느님께 봉헌되는 성찬례적 예물이 되도록, 창조주를 향한 감사와 찬미의 목소리를 다른 창조물에게 전하며 그들을 지키고 돌보는 충실하고도 겸손한 일꾼이 되어야 한다. 이는 우주 안에서 인간이 하느님의 성사적 대화 상대이며 봉사자로서 지니는 유일무이한 위치에 대한 인정을 내포한다. 즉, 인간은 다른 모든 창조물과 더불어 ‘하느님의 업적’이면서도, 동시에 ‘하느님의 일꾼’이 되도록 부름을 받은 ‘창조물의 정점’인 것이다.


 

온 인류의 보편적 연대와 협력 강조

문헌 제3장에서는 ‘공동의 집’을 돌보기 위한 윤리적 차원의 원리와 지침들을 제시한다. 기본적으로, 하늘(天)과 인간(人)과 땅(地)에 대한 책임이 강조된다. 즉, 하느님께 대한 책임(창조주 하느님께 대한 흠숭과 경배), 인간에 대한 책임(특히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그리고 지구에 대한 책임(받은 선물에 대한 감사와 존중)의 세 차원의 원칙들이 설명된다. 나아가, 이런 책임을 다하기 위한 여러 세계 종교들의 공통된 생태적 전망을 해석해 제시함으로써, 온 인류의 ‘생태적 회심’ 및 ‘보편적 연대와 협력’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창조 세계의 서로 연결된 모든 실재는 하느님의 선물이며 창조주의 삼위일체적 흔적을 드러낸다는 공통된 의식을 온 인류가 공유하는 ‘생태신학적 전환’이 필요함을 결론적으로 제시한다.

그동안 중요한 보편 교회 문헌들 작성에 직접 참여하고 한글 번역도 한 것은 한국 교회의 신학자로서 큰 기쁨과 보람이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한 전 지구적 재해가 더욱 심해지고 잦아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창조-생태신학 문헌 발간이 ‘공동의 집’을 돌보기 위한 우리의 ‘생태신학적 전환’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지난 12년간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 활동의 시간을 감사의 마음으로 하느님께 봉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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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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