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에 부임하고 처음 지구 사제 모임에 참석하게 됐다. 여러 선배 신부님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잘 사냐? 젊은 신부가 촌에 살아 심심하겠어”라며 걱정들을 하신다. 회의가 시작되었다. 교구에서 사적지와 순례지를 선포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지구장 신부님께서 나를 쳐다보신다. “순례지에 쌍치공소도 있네.” 30년 동안 신자들이 가꾼 노력의 결실이라 생각했다.
이 기쁨도 잠시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게 되었다. 쌍치공소 순례지 안내판과 순례지 스탬프함과 도장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 ‘아, 주일 헌금도 적어서 교구와 타본당에서 지원받는데, 이 큰돈을 어디서 마련하지?’ 본당에서는 이미 태양광 설치 사업으로 신자들에게 봉헌을 받은 상태라 더는 손을 벌릴 수 없었다. 회의 내용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고, 내 이름처럼 얼굴이 상기되고 있었다.
쌍치공소 순례지 선포 감사미사. 김상기 신부 제공
그러다 한 신부님께서 회의 중 이렇게 말씀하신다. “복흥성당은 어려운데, 우리가 도와줍시다.” 그러자 아무도 반대하지 않으시고, 박수를 치며 전원 동의해주신다. 회의 끝날 때까지 감사 인사를 드렸다. 비용 부담 없이 교구에 연락해 설치를 의뢰했고, 순례지 도장은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교구 청년의 도움을 받아 제작하게 되었다.
준비가 완료되어 성모 승천 대축일에 순례지 선포 감사미사를 공소에서 하기로 사목회의에서 결정했다. 그날 공소 야외에 계신 한복 입으신 성모님께서 나를 쳐다보시며 ‘잔칫집에 입이 심심하면 이상할 거 같아’라고 하는 듯하였다. ‘또 접니까?’라고 물으니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며칠 뒤 이곳을 거쳐 가셨으며, 나의 전임지 주임 신부님께서 전화를 해주셨다. “순례지 선포 감사미사 한다며? 점심 대접해” 하시며 신자들과 함께 모으셨다며 금일봉을 전달해주셨다. 전화기에 대고 신부님께 감사 인사를 계속했다. 이상한 사람인 양 순조롭게(?) 순례지 조성과 감사미사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