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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곁에 머문 청량한 허브 향기

[신지현의 ‘성서와함께’ 가꾸는 기도의 정원] 19. 로즈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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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하고 싱그러운 향이 매력적인 로즈메리. 로즈메리는 지중해 연안 및 남유럽이 원산지인 상록 떨기나무로, 예수님 시대에도 중동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식물이다. 항균 성분이 있고 독특한 향을 지닌 라벤더나 타임 같은 허브처럼 로즈메리도 당시 가정에서 여러모로 실용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로즈메리가 널리 사랑받는 것은 특유의 향기를 발산하는 잎과 줄기 덕분이지만, 봄부터 여름 사이에 풍성하게 피어나는 자잘하고 앙증맞은 꽃도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꽃 색깔은 연보랏빛이 감도는 푸른색이 가장 흔하고 품종에 따라 흰색이나 분홍색도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로즈메리 꽃은 원래 흰색이었는데 어느 날 마리아가 푸른빛 겉옷을 잠시 벗어 로즈메리 덤불 위에 펼쳐 두자 꽃이 푸른색으로 물들었다고 한다.

로즈메리는 덤불의 높이가 1.2~1.8m에 달할 정도로 키가 커서, 세탁한 옷을 말리는 일종의 건조대 역할도 했다. 로즈메리 덤불 위에 옷을 널어 뜨거운 햇볕 아래 말리면 로즈메리 잎에 있는 기름 성분이 옷에 스며들어 좋은 향이 나고 벌레도 쫓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었다. 성모님도 이를 모르지 않았을 터. 가족들의 옷을 로즈메리 덤불 위에 널어 말렸다면 예수님도 종종 상쾌한 허브 향이 나는 옷을 입으시지 않았을까?

로즈메리의 독특한 향을 벌레가 꺼리다 보니 사람들은 로즈메리 잎을 뜯어 실내 바닥에 깔거나 부드러운 가지를 짚에 섞어 침구 속재료로 사용하기도 했다. 추운 겨울 여관 방을 찾지 못해 마구간으로 간 만삭의 마리아와 요셉. 갓난 아기를 눕힐 만한 변변한 자리조차 없어 청결하지도, 아늑하지도 않은 여물통 안에 뉘어야 했지만, 두 사람은 최대한 포근하고 깨끗하게 아기를 돌볼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아기를 포대기로 감싸고, 구유에 푹신하게 짚도 깔고, 어쩌면 로즈메리처럼 벌레를 쫓는 허브를 짚더미에 섞었을지도 모른다.

한편 예수님 시대 유다 문화에는 죽은 이를 묻은 곳에 다량의 로즈메리를 뿌리는 종교적 풍습이 있었다. 아마도 무덤에서 나는 좋지 않은 냄새를 로즈메리 향으로 가리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관습대로라면 안식일이 지난 뒤 예수님의 무덤에 간 여인들도 시신에 바를 향료와 로즈메리를 가져갔을 가능성이 높다.

탄생부터 죽음까지 많은 순간 예수님 가까이에 함께했을 로즈메리. 묵주 기도 성월을 맞아 로즈메리의 은은한 향기를 따라 조금 특별한 상상력으로 묵주 기도의 신비 속 예수님과 성모님의 삶을 떠올려본다.

 











신지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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