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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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돋보기] 갈등의 시대, 프란치스코 성인이 남긴 유산

박민규 기자(가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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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란 무엇인가.’ 800년 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가 살았던 시대에도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도시와 도시가 싸웠고,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은 십자군 전쟁으로 맞섰다. 신앙의 이름으로 서로에게 칼을 겨누던 시대였다.

프란치스코도 1202년 아시시와 페루자의 전쟁에 참전했고 포로가 돼 1년간 갇혀 지냈다. 석방된 뒤에도 한때 기사가 되기를 꿈꿨다. 훗날 가난과 형제애를 살아간 성인의 출발점에는 이처럼 전쟁을 몸으로 겪은 젊은이가 있었다.

그로부터 17년 뒤인 1219년, 프란치스코는 또다시 전쟁터에 있었다. 제5차 십자군 전쟁이 벌어지던 이집트 다미에타였다. 이번에는 무기를 들지 않았다. 전선을 넘어 이슬람 술탄을 직접 만나 전쟁 없는 평화적 선교의 길을 시도했다.

그 만남이 전쟁을 끝내지는 못했다. 프란치스코 한 사람의 선택으로 세상이 달라지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8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교회가 그의 삶을 기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란치스코가 보여준 평화는 갈등이 사라진 뒤 찾아오는 결과가 아니었다. 갈등 한가운데서 먼저 상대에게 다가가는 선택이었다. 전쟁을 경험한 청년 프란치스코는 무기를 내려놓았고, 교회가 적이라 부르는 이를 만나러 갔다. 가난한 이와 병든 이를 형제로 받아들이고, 모든 피조물을 형제·자매라 불렀다. 죽음마저 찬미했다.

지난 4일 프란치스코 선종 800주년 희년 미사에 모인 프란치스칸 앞에는 80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세계가 놓여있었다. 곳곳에서 전쟁이 이어지고 갈등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시 경계를 긋는다.

800년 전에도 평화는 완성되지 않았고, 오늘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프란치스코가 남긴 유산은 평화에 대한 낙관적인 확신이라기보다, 불가능해 보일 때조차 누군가는 먼저 경계를 넘어야 한다는 선택일지 모른다. 프란치스코가 여전히 우리 앞에 있는 이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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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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