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6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군(軍) 자살률 감소 뒤엔 장병 마음 돌봐온 사제들이 있었다

[군인 주일 특집]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조영래 신부가 지난 9월 18일 22사단 56여단 장병들을 대상으로 회복탄력성 및 자살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육군 연간 자살자, 2021년 52명에서 작년 29명으로 감소

육군, 자살예방 위한 전담조직 마련하고 프로젝트 추진해

군종 사제들, 장병과 소통하며 자살예방·회복탄력성 교육 




한국의 자살률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0년 인구 10만 명당 23.7명이던 자살률은 2024년 26.4명으로 늘었다.

반면 군(軍) 내 자살률은 최근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해 처음 인구 10만 명당 한 자릿수로 내려왔다. 2021년 14.1명이던 군 자살률은 2022~2024년 12~13명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9.1명으로 떨어졌다. 이는 군 입대 연령대인 국내 20대(20~29세) 남성의 자살률 26.4명과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

군은 이같은 자살사고 감소를 위해 장기간 상담·교육·생명지킴이 등 자살예방 체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장병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들의 마음을 살피는 군종장교들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군종 사제들은 신자뿐 아니라 종교가 없는 장병들에게도 다가가 상담하고, 자살예방교육과 회복탄력성 교육 등을 펼치고 있다.

군인 주일(11일)을 맞아 강원도 고성 최전방에서 장병들의 ‘마음 근육’을 키워온 군종교구 동해본당 주임 조영래 신부를 동행 취재했다.

 
조영래 신부가 고성군 거리에서 같은 사단 장병을 만나자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장병들 심리 안정 위한 육군의 노력, 결실을 보다

군 내 자살사고가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체 병력의 약 75를 차지하는 육군도 자살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추진해왔다. 육군은 2009년 자살사고 예방 등을 전담하는 조직인 ‘육군전투준비안전단’을 설립했으며, 현재는 육군 장성 출신 전창영 단장이 이끌고 있다.

전 단장은 “전담조직이 마련되면서 모든 군종장교와 자살 예방 전문가, 상담사들이 부대를 수시로 방문해 자살예방 활동을 펴고 있다”고 전했다.

육군은 육군전투준비안전단을 중심으로 자살사고 발생 시 재발 방지를 위한 분석 체계를 개선해왔다. 육군이 자살사고의 주요 요인을 분석한 결과, 입대 전부터 이어져 온 가정·경제·이성 문제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정신건강 문제와 처벌에 대한 우려, 업무 부담, 병역생활 중 갈등 등도 원인으로 파악됐다.

 


육군은 자살사고 예방을 위해 △간부 집단상담 △심리적 안정을 꾀하기 위한 ‘희망케어 프로그램’ 실시 △자살예방교육 전담교관 및 생명지킴이 능력 고양 △생명지킴이 가이드북 제작 등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이같은 예방 활동이 이어진 가운데, 2021년 52명이던 육군의 연간 자살자 수는 2022년부터 3년간 40명대를 유지하다 2025년 29명으로 감소했다.

전 단장은 “조사에 따르면, 육군의 경우 2025년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8.5명 정도인데, 미국 육군이나 일본 육상자위대와 비교하면 약 3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군종장교들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민·관·군이 함께 노력한 결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조영래 신부가 강의를 마치고 햄버거와 음료를 장병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마음 근육’ 길러주며 생명 지키는 군종장교

이같은 자살예방 체계가 실제 장병들을 만나는 현장에서는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 군종장교들은 부대 곳곳을 찾아 장병들의 마음을 살피고 생명의 가치를 일깨우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추석 연휴를 한 주 앞둔 지난 9월 18일 강원도 고성군. 군종교구 동해본당 주임 조영래 신부가 군종병과 함께 군용 차량을 몰고 햄버거 가게를 찾았다. 미리 주문한 햄버거 50여 개를 실은 조 신부는 22사단 GOP 근무 장병들을 만나러 차를 몰았다. 장병들에게 간식을 건네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것도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조 신부의 사목이다. 읍내에서 군 간부나 장병들과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점심 밥값도 계산해주며 소통했다.

30분을 넘게 달려 민간인통제선에 다다른 조 신부는 이내 거칠게 포장된 좁고 가파른 산길로 핸들을 틀었다. 급경사 길을 5분여 더 달려 목적지인 육군 22사단 최전방에 있는 교회에 닿았다. 조 신부는 “이곳은 개신교 교회이지만, 평일엔 교육시설로 쓰인다”며 “다른 종교시설은 없어 주일 미사도 여기서 봉헌한다”고 했다.

조 신부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이 부대 56여단 3대대 장병들에게 ‘회복탄력성 및 자살예방 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회복탄력성 교육은 고통과 시련이 있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육군이 도입한 자살예방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조 신부는 소대장과 부사관 등 간부를 포함해 50여 명에게 회복탄력성에 관해 강의하고 질문을 받았다.

조 신부는 “회복탄력성은 우리가 다시 날아오르는 것과 같다”면서 “떨어진 지점에서 발전을 향해 돌아오게끔 하는 것이 회복탄력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통스러운 상황이 닥쳐도 이를 잘 받아들여 대처하고 복구하려는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마음 근육’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역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장미란 교수가 선수 시절 어려움을 딛고 세계 정상에 오른 과정도 영상으로 보여주며 회복탄력성의 힘을 전했다. 또 세계적 가톨릭 영성가인 헨리 나웬 신부의 메시지도 소개하며, 어떠한 고통 속에도 혼자가 아니라는 인식을 갖추고, 일상 속 감사의 마음을 지닐 것을 거듭 당부했다.

강의를 들은 22사단 10중대 2소대장 오세현 소위는 “장병들이 복무 시간을 그저 어떻게 버티느냐보다, 군 생활 중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스스로를 가치 있게 돌아보며 지낼 수 있는지를 돌아본 시간이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소대 박승호 상병은 “임무 수행 중 실패를 겪을 때마다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는데, 그것이 곧 회복탄력성이었음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임진서(22사단 정찰소대) 일병도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자책하고 마는 게 아니라 긍정적인 인식변화를 통해 앞으로 어떻게 더 나아가야 할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인터뷰] 친근함·웃음으로 이목 끄는 ‘오두방정 신부’
조영래 신부에게 ‘회복탄력성’을 몸으로 표현해달라고 요청했더니 두 손을 하늘로 향하는 포즈를 취했다.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모습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2021년 대구대교구에서 사제품을 받고 2025년 입대한 조영래 신부의 별명은 ‘오두방정 신부’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붙은 별명이다. 강의 땐 늘 ‘아이스 브레이킹’이 먼저다.

조 신부는 “말투에도 드러나지만 갱상도 출신”이라며 장병들 웃음보부터 터트린다. 특유의 구수한 사투리와 서글서글한 친근함은 병사들을 더 집중시키는 무기가 된다.

모든 종교 군종장교들은 군에서 자살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조 신부는 육군 내에서 ‘자살예방에 진심인 사제’로 통한다. 올해에만 곳곳에서 ‘회복 탄력성 및 자살예방교육’을 30차례 넘게 펼쳤다. 이젠 내비게이션 없이도 각 부대를 다닐 수 있다.

자살예방활동에 왜 그렇게 열심인지 묻자 조 신부는 “군종 사제는 군에서 선교사로서 역할뿐 아니라 모든 장병을 지키는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격오지에 방문했을 때, 한 병사가 고해성사를 먼저 청해온 경험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조 신부는 “그 병사에게 제가 해줄 수 있는 말을 해줬을 뿐인데, 큰 힘을 얻는 것을 보고 하느님께서 저를 통해 하시는 일을 더욱 분명히 깨달았다”며 “비신자 장병들을 위해서도 사목을 수행하는 군종 사제의 직무가 보람되다”고 했다.

조 신부는 군인 주일을 맞아 “장병들이 건강하게 군 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기도 또한 부탁드린다”며 장병들과 함께하는 군종 사제들을 위한 기도도 요청했다.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6-10-06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10. 6

로마 5장 8절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심으로써, 하느님께서는 우리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증명해 주셨습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