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정말 성당이었어요?”
몇 년 전 네덜란드 남부 마스트리흐트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고색창연한 성당 안으로 들어서니 거대한 책방이 펼쳐졌다. 13세기에 지은 성 도미니코 성당을 개조한 도미니카넌 서점이었다. 성당 구조와 벽화는 그대로 보존했지만, 미사가 봉헌되던 제단 주변은 카페가 되어있었다.
성당이 서점이 된 건 그나마 양반이다. 네덜란드를 비롯한 서유럽에서는 매년 수십 개의 성당이 아파트, 쇼핑몰, 스포츠 센터 심지어 술집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 동네 성당도 저리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한다. 신자가 줄어 통폐합되면 잉여 성당 건물은 다른 용도로 매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일 년 중 석 달을 지내는 네덜란드 작은 마을에도 인구 4000명에 어울리지 않게 웅장하고 아름다운 성당이 있다. 1400년대 마을 사람들이 수십 년에 걸쳐 지은 성당은 마을의 자랑이다. 80대 초반인 본당 신부 역시 압도적인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에너지와 유머는 물론 미사를 어찌나 정성껏 봉헌하시는지, 표정과 손짓만 봐도 매번 감동이다. 그럼에도 신자 수는 해마다 급격히 줄고 있다. 70세 이상이 대부분으로 최근 주일미사 참여자 수는 100명 남짓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줄면 이웃 성당과 합쳐야 한단다.
“우리 어릴 때는 주일미사에 안 가는 건 상상도 못 했어요.”
동네 어르신들의 말이다. 그때는 태어나서 죽기까지 삶의 중요한 순간을 성당에서 치렀고, 빈민 구제 및 이웃을 잇는 지역사회의 구심점도 성당이었단다. 그러나 놀랍게도 작년 기준 네덜란드 가톨릭 신자는 겨우 16, 종교가 없는 이의 비율은 무려 58다.
이제 이곳을 비롯한 서유럽의 탈교회화와 세속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원인으로 과학기술의 발전, 개인주의 팽배, 성직자에 대한 신뢰 하락 등을 꼽지만, 교회의 전통적인 역할이 줄어든 자리를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의미와 역할로 채워주지 못한 것도 이유일 것이다.
한국 역시 가톨릭 신자는 늘고 있지만 젊은 층 이탈, 주일학교 수 급감, 65세 이상이 25를 넘어서는 고령화 등은 속도와 단계가 다를 뿐, 서유럽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니 묻지 않을 수 없다. 세속화라는 거친 풍랑 속에서, 우리 ‘교회 안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감히 이렇게 답하겠다. 성당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우리 삶 자체가 작은 성당이 되는 거라고. 일상에서 만나는 ‘교회 밖 사람’들에게 다정한 이웃이 되어주고, 사랑과 선함을 말이 아닌 삶으로 보여줄 때 우리는 세상에 다시 꼭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오늘, 올해 네덜란드에서 마지막 미사를 드렸다. 지난여름보다 더 줄어든 신자들에게 신부님은 정성을 다해 봉헌하셨고, 미사 끝에는 우리와 눈을 맞추며 강복해주셨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 나는 조용히 화답하며 기도했다. “주님, 이 성당을 오래 지켜주세요!”
그러고는 곧바로 고쳐서 다시 기도했다.
“건물만이 아니라, 이 안에서 이어온 믿음과 사랑을 지켜주세요. 성당 밖에서도 그 믿음대로 살게 해주세요.”

글 _ 한비야 비아(국제구호전문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