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때 묻은 됫박에 붉은 팥이 소복하다.
곡식을 잴 때 쓰는 ‘한 되’의 분량이라지만,
이 안에는 단순한 무게를 넘어선 넉넉한 풍요가 담겨 있다.
예로부터 나쁜 기운을 막고 몸을 든든히 지켜주던 고마운 곡식이다.
됫박 위로 넘칠 듯 수북하게 쌓인 붉은 알맹이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누군가의 건강을 챙기려는 따스한 마음이 전해져 가슴까지 배부르다.
소박하지만 넘치는 정,
팥 한 되가 뿜어내는 사랑스러운 온기가 팍팍한 삶을 포근하게 채워 준다.
글·사진 _ 양종훈 다큐멘터리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