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 북항 친수공원 경관 수로에 나타난 ‘부캉이’ 소식이 시민들의 마음을 붙잡고 있다. 한 달째 접어들도록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부캉이가 멸종위기종인 ‘흑상어’라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관심은 더욱 커졌다. 흑상어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개체 수 감소 ‘위기(EN)’로 분류된 종이다. 남획과 기후변화, 서식지 파괴 등은 생물 다양성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쳐야 할 생명이 인간이 만든 인공 수로에서 길을 잃은 모습은 인간과 다른 생명과의 공존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지난 10월 4일은 ‘세계 동물의 날(World Animal Day)’이었다. 우리나라도 2025년부터 이날을 ‘동물보호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동물과 자연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이날을 지나며, 우리가 자연과 맺고 있는 관계를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지구의 생물 다양성 위기는 심각하다.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에 따르면 인간의 활동으로 약 100만 종의 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산림이 훼손되고 바다와 강이 오염되며 기후가 변화하는 동안 수많은 생명은 서식지를 잃고 사라져가고 있다. 한 종의 소멸은 그 생명 하나만의 손실이 아니다. 생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생태계의 균형이 흔들리고, 결국 인간의 삶과 생존 기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지구를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의 집’으로 바라볼 것을 요청했다. 인간은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라 생태계를 함께 가꾸고 돌보아야 할 동반자라는 뜻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환경단체 에코나우는 지난 5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2026 UN생물다양성유스포럼’을 열고, 미래세대 청소년 100여 명과 함께 멸종위기종을 탐구하고 생물 다양성의 가치를 배우는 현장 교육을 진행했다. 청소년들은 생물종의 보전이 단순한 자연보호를 넘어 우리 모두의 내일을 지키는 공존의 과제임을 배웠다. 이러한 배움은 미래세대만의 몫이라고 할 수 없다. 한국환경교육학회도 올해 추계학술대회의 주제를 ‘생물 다양성과 환경교육: 공존을 위한 학습’으로 정하고, 생물 다양성을 이해하고 공존을 위한 환경교육의 역할과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이제 환경교육 역시 자연을 ‘아는 교육’을 넘어, 자연과 관계 맺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교육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생태 감수성의 회복은 더욱 절실하다. 이름 모를 풀 한 포기의 생명에도 귀 기울이고, 내가 누리는 편리함이 다른 생명에 어떤 대가를 요구하는지 돌아보는 마음이다. 나는 어떤 생명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가? 육지의 숲이 파괴되고 바다 온도가 올라 멸종위기 생물 종 하나가 사라질 때마다 지구가 지닌 생명 교향곡의 소중한 악장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
일상 속에서 일회용품을 줄이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소박한 절제는 서식지를 잃어가는 수많은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에 건네는 가장 따뜻한 평화의 인사다. 이제는 그 인사에 머물지 않고, 다른 생명과 함께 살아갈 마음까지 다져야 할 때다.
북항 수로에 갇혔던 부캉이의 이야기는 다시는 다른 생명이 인간이 만든 공간에서 길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인간만의 바다와 숲을 꿈꾸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이어져야 한다. 결국 공존은 모든 생명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이상향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인간의 편의를 위해 다른 생명의 몫을 어디까지 침범해도 되는지 끊임없이 묻는 일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