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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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받는 처지는 같은데… 자립 출발선 5년 늦어”

청소년시설 퇴소 청년 권익 대변하는 브릿지유스 정윤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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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유스 대표 정윤서씨가 8일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집 떠나도 시설 유형 따라 자립 지원 ‘천양지차’
아동학대 피해자, 보호자 동의 어려워 국가장학금 신청도 벽
가출·불량 청소년 편견에 지원 확대 막혀… 통합 지원 촉구







“차라리 절도를 해보라는 말까지 들었어요. 보호처분을 받으면 회복지원시설에 가서 기초생활수급비라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동학대를 피해 가정을 떠난 청년들에게 보호시설 퇴소 이후의 삶도 녹록지 않다. 청소년복지시설 퇴소 청년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브릿지유스’ 대표 정윤서(마카리오, 22)씨의 이야기다. 그는 “어느 시설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20년의 인생이 달라진다”며 “결국 자립이 필요한 상황은 똑같지만, 청소년복지시설 출신 청년들의 자립 출발선은 아동복지시설 퇴소 청년들보다 최소 5년은 늦다”고 말했다.

정씨는 중학교 2학년 무렵 아동학대로 가정 밖 청소년이 됐다. 학대를 피해 성당을 찾았고, 본당 사제의 도움을 받으며 한때 사제를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학대가 반복되면서 결국 경찰 조치로 가정에서 분리됐다.

정씨는 보건복지부 관할 아동복지시설에 자리가 없어 여성가족부(현 성평등가족부) 관할 청소년복지시설에 입소했다. 그러나 19살 무렵 자립을 준비하면서 시설 유형에 따라 지원제도와 혜택의 차이로 자립의 출발선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아동복지시설 퇴소 청년에게는 기초생활수급비부터 자산형성에 도움을 주는 디딤씨앗통장, 최대 2000만 원까지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는 자립정착금, 대학 입시 우대, 문화누리카드 등 각종 지원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청소년복지시설 퇴소 청년은 이 중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 같은 이유로 가정을 떠나 보호받았더라도 어느 시설에 입소했느냐에 따라 자립의 조건이 달라지는 것이다.

국가장학금 신청도 장벽이었다. 가정폭력 피해자인 정씨는 보호자와 접촉하기 어려웠다. 그는 “가구원의 동의를 어떻게 받으란 건지 막막했다”며 “동의를 받을 수 없을 때 공증 각서까지 요구받았지만, 갓 성인이 된 저에게는 법원과 법무사를 찾아 서류를 마련하는 것조차 어려웠다”고 했다.

장학금 지원이 많은 가톨릭대학교에 진학해도 현실의 벽은 높았다. 등록금 외에도 입학금과 기숙사비, 가구 구입비, 학과 회비 등 약 500만이 더 필요했다.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던 정씨는 연 26에 이르는 고금리 대출을 받았다. 그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학교생활을 하고, 밤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쿠팡 배달 일을 했다”며 “아침에 기숙사 통금 시간이 풀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들어가는 생활을 반복했다”고도 했다. 어렵게 빚을 갚았지만, 지난해 발목 인대 이식 수술을 받으면서 약 2000만 원이 필요해 다시 채무를 지게 됐다.

정씨는 “아동복지시설을 나온 형들에게 수술비 이야기를 하니 ‘의료급여가 적용되면 75나 할인된다’고 하더라”며 “하지만 청소년복지시설 퇴소 청년에게는 해당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청소년복지시설 퇴소 청년 가운데 돈을 벌기 위해 캄보디아에 갔다가 사망한 사람도 3명이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씨는 청소년복지시설 퇴소 청년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브릿지유스’를 설립했다. 이후 국회 등 정책 현장을 찾아다니며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변화를 약속했던 공직자들의 말과 달리,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씨는 제도적 지원의 격차뿐 아니라 청소년복지시설 출신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도 문제로 꼽았다. 최근 인사혁신처가 공무원 시험 응시 수수료 면제 대상을 아동복지시설 출신 청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입법 예고하자, 정씨는 청소년복지시설 출신 청년까지 포함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기대와 달랐다.

“아동복지시설 출신은 부모가 없는 친구들이고, 청소년복지시설 출신은 가출 청소년이나 불량 청소년이라는 인식 때문에 확대하기 어렵다는 뉘앙스더라고요. 그러나 우리도 아무 이유 없이 가정 밖 청소년이 되진 않거든요.”

정씨가 요구하는 것은 보호시설의 유형에 따라 갈라진 지원 체계를 개선하는 통합이다. 시설의 종류가 아니라 자립에 필요한 지원을 기준으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아동이든 청소년이든 보호받아야 하는 처지는 똑같잖아요. 어떤 시설에서 지냈느냐보다 자립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먼저 살펴줬으면 좋겠습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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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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