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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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도 유효한 안중근 ‘동양평화론’, 연대의 나침반 삼아야”

제1회 청년 안중근 평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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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가 사형당한 형장.


‘한·중·일 세 나라가 각자의 주권을 지키면서 공동의 번영과 평화를 추구한다.’ 116년 전 안중근(토마스) 의사가 옥중에서 집필한 「동양평화론」의 핵심 구상이다. 안 의사는 사형 집행으로 중간에 붓을 놓아야 했지만, 그가 남긴 평화의 과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강대국의 패권 경쟁과 한반도 분단이 이어지는 오늘날, 동양평화론은 어떻게 계승될 수 있을까.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8~11일 중국 대련과 하얼빈 일대에서 개최한 ‘2026 국제 청년 안중근 평화 포럼-제1회 청년 안중근 평화학교’를 인솔한 (사)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사무처장·교육처장 임재근 박사(북한학)는 국가 간 주권을 존중하는 ‘수평적 연대’에서, 참가 청년 조이빈(26)씨는 다자안보·경제·환경·문화 협력을 아우르는 ‘21세기 신동양평화론’에서 그 가능성을 찾았다. 두 사람에게 안중근이 남긴 미완의 과제를 이어갈 길을 물었다.



“안 의사, 한·중·일 주권 존중하는 평화 추구” - (사)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사무처장·교육처장 임재근 박사
임재근 박사가 중국 하얼빈 조린공원(옛 하얼빈공원)에서 청년들에게 현지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하얼빈공원은 안중근 의사가 자신의 유해를 해방된 조국으로 옮기기 전 임시로 묻어달라고 했던 곳이다.


“안중근 의사가 구상한 ‘동양평화’는 어느 한 나라가 주도하는 질서가 아니라 한·중·일 3국의 주권이 대등하게 존중받는 수평적 연대였습니다.”

‘제1회 청년 안중근 평화학교’를 전체 진행한 임재근 박사는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제국주의 열강이 동아시아의 패권을 다투던 20세기 초, 안 의사는 침략과 지배가 아닌 국가 간 협력과 공존을 구상했다.

임 박사는 당시 일본이 내세웠던 ‘동양평화’와 안 의사의 사상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서구 열강에 맞선다는 명분으로 주변국 침략을 정당화했지만, 안 의사는 각국의 주권을 존중하는 평화를 추구했다.

그는 “강대국 중심의 패권 경쟁과 갈등이 격화되는 오늘날에도 수평적 공존의 사상은 여전히 유효한 평화의 나침반”이라고 평가했다.

임 박사는 평화학교가 진행되는 내내 청년들에게 제국주의 침략과 저항의 역사를 설명했다. 특히 대련의 옛 남만주철도주식회사 본사에서 철도가 지닌 역사적 양면성을 짚었다. 철도는 사람과 물자를 연결하는 수단이지만, 일제강점기에는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에 활용됐다.

그러면서 분단으로 끊어진 한반도의 철길에도 주목했다. 그는 “대륙으로 이어지던 철도가 단절된 현실은 동북아 평화와 협력의 가능성마저 제약하고 있다”며 “단절된 철길을 다시 잇는 일은 남북의 화합과 협력을 넘어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여는 강력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재근 박사가 중국 현지에서 안중근 평화학교 참가자들에게 '철도의 역설'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안 의사의 유해 발굴과 봉환 역시 남북이 함께 풀어야 할 역사적 과제로 꼽았다. 임 박사는 “안 의사의 조국은 남과 북 모두”라며 “유해를 모셔오는 책무는 대한민국뿐 아니라 북한에도 똑같이 주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금 더디더라도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의 과정에서 공동으로 유해를 발굴해 모시는 것이 안 의사의 유언을 진정으로 완성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가톨릭 신앙인이었던 안 의사의 결단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임 박사는 살인을 금하는 십계명을 따르면서도 이토 히로부미에게 총을 겨눠야 했던 안 의사의 고뇌를 떠올렸다.

그는 “안 의사의 거사는 불의한 제국주의 폭력에 맞서 생명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 결단이었다”며 당시 교회 지도부가 안 의사의 의거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역사적 상황 속에서도 신앙과 평화에 대한 확신을 지켰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울러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을 역사적 기념에 머무르게 해서는 안 된다”며 “전쟁의 위협을 줄이고 군국주의의 부활을 경계하는 한편, 청년들이 역사 현장에서 평화의 가치를 배울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 박사는 “미완으로 남은 동양평화를 완성하는 과제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의사가 꿈꾼 평화는 책장 속 문구가 아니라 현실 속 실천으로 증명돼야 한다”며 청년 평화교육의 정례화와 참여 기회 확대를 당부했다.



“분단된 한반도, 대륙·해양 잇는 연결지대로” - 평화학교에 참가한 청년 조이빈씨
안중근 평화학교 참가 청년 조이빈씨가 조린공원에 조성된 안 의사 유묵비 옆에서 손바닥 도장을 상징하는 왼손을 들고 있다. 유묵비 앞면에는 ‘청초당’, 뒷면에는 ‘연지’라고 새겨져 있다. ‘풀이 푸르게 돋은 언덕’이라는 뜻의 ‘청초당’은 안 의사가 서거 이틀 전 독립의 염원을 담아 남긴 마지막 유묵이다.


“안중근 의사는 총으로 역사를 만들었지만, 붓으로는 끊임없는 질문을 남겼습니다.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몫입니다.”

‘제1회 청년 안중근 평화학교’에 참가한 청년 조이빈씨는 안중근 의사가 미완으로 남긴 「동양평화론」을 오늘날의 현실에 맞게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씨는 안 의사의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가 집안 어른이며, 특히 할아버지가 안 의사의 유품과 유해 매장 위치에 관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전해 들었다.

이번 평화학교에서 찾은 중국 여순감옥은 그런 가족의 기억을 되살린 장소였다. 안 의사가 수감됐던 공간을 직접 둘러보며 어린 시절 부모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기도 했다. 조씨는 “시간은 다르지만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며 “안 의사와 평화에 관한 문제를 제가 직접 풀어가야 할 과제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유해 발굴은 그가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조씨는 그동안의 유해 발굴 자료와 조사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그는 “관계 기관과 직접 소통하고 자료를 공유해 실질적인 발굴 성과를 얻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조이빈씨가 조린공원에 조성된 안중근 유묵비에 새겨진 안 의사 손도장에 손을 겹쳐보고 있다.


그의 관심은 유해 봉환에만 머물지 않고, 안중근이 남긴 동양평화론을 21세기의 국제질서 속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조씨는 지난 9월 ‘21세기 동양평화론 청년 에세이 공모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수상작 「21세기 동양평화론 - 안중근 의사가 남긴 미완의 개혁을 잇다」에서 조씨는 안 의사의 평화 구상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킬 다섯 가지 실천 과제를 제안했다.

조씨가 제시한 ‘신동양평화론’의 핵심은 △다자안보 협력 △경제·에너지 연계 △역사적 화해 △기후·환경 협력 △청년과 시민사회의 연대다. 안 의사가 구상했던 공동은행과 공동화폐, 공동군대의 취지를 오늘날의 조건에 맞는 협력 제도로 발전시키자는 제안이다.

특히 그는 한반도를 강대국 사이의 ‘완충지대’가 아닌 대륙과 해양을 잇는 ‘연결지대’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남북 철도 연결과 에너지 협력, 문화 교류를 통해 분단의 공간을 협력의 거점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조씨는 기후위기 대응과 청년 교류에도 주목했다. 정치적 갈등으로 국가 간 관계가 경색되더라도 환경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과 문화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평화는 연결에서 시작된다”며 “서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려는 마음이 평화”라 말했다.

오래전부터 품어온 꿈도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청년들이 언어와 문화를 통해 더욱 긴밀하게 소통하도록 돕는 일이다. 조씨는 한자 문화권이라는 공통의 역사적 기반과 한국 문화의 세계적 확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교류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조씨는 안 의사에게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로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시각을 꼽았다. 그는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의 갈등을 이해하며 미래의 협력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동양평화론은 완성이 아니라 계승입니다. 평화는 한 번의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우리 세대가 이어 써야 하는 내일의 역사입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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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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