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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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선의 신앙단상] 나의 신앙생활은 안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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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아이들 사이에서 바쁘게 지내면서도, 나는 나름대로 성실한 신자로 살아 보려고 애써왔다. 주일 미사에 빠지지 않으려 했고, 자모회 활동에 최대한 함께하고자 했고, 하루 중 잠깐이라도 기도하는 시간을 지키려 했다. 그런 나를 보며 ‘이 정도면 그래도 잘하고 있는 거겠지’ 하고 슬며시 마음을 놓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마음 한구석에 작은 물음 하나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종교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과 신앙생활을 잘하는 것은 같은 일일까. 과연 나의 신앙생활은 괜찮은 것일까? 학창 시절 매일 책가방을 메고 학교와 학원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고 해서 그 시간이 모두 진짜 공부였던 것은 아니었듯이 말이다. 혹시 나는 성실하게 ‘각종 종교 활동을 하는 것’으로 하느님의 뜻을 내 삶에 담아내며 ‘살아가는 것’을 대신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반성을 했다. 그러자 조금 부끄러워졌고, 스스로 던진 그 질문에 오래 마음이 머물렀다.

그런 생각이 깊어지던 올해 8월, 오더 오브 몰타 코리아와 함께 해미국제성지로 순례를 다녀왔다. 해미는 1866년부터 1872년 사이에 해미천 일대에서 1000명이 넘는 신자들이 신앙을 지키다 처형되거나 생매장을 당한 아픈 역사가 깃든 곳이다. 성지 담당 신부의 설명을 들으며 그 땅을 천천히 걷는 동안 마음 깊이 와 닿는 것이 있었다. 한국 가톨릭교회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훌륭한 순교자들도 계시지만, 이 땅에 가톨릭 신앙이 오늘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데에는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평범한 신자들의 몫이 가장 컸다는 사실이었다. 역사책에 한 줄 기록되지 못한 그분들은 매일의 삶 속에서 조용히 다져온 믿음 하나로 그 모진 박해를 견뎌 내시고 목숨을 내주셨다.

그분들이 남긴 조용한 발자취 앞에 서 있자니, 대단한 신앙인이 되어야 한다며 스스로 지고 있던 무거운 마음이 조금씩 풀려 갔다.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무언가를 증명하려 애쓸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매일 주어진 자리에서 ‘정유선 소화 데레사(아기 예수의 데레사)’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짧게라도 기도를 바치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작은 것도 하느님의 은혜로 감사하게 여기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을 때에도 머뭇거리지 않고 정성스럽게 십자성호를 긋는 것. 이렇게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과 누군가에게 건네는 따뜻한 마음을 매일매일 조금씩 쌓아간다면, 나만의 방식으로 하느님께서 주신 사랑, 그리고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내가 찾고 있던 신앙생활은 어딘가 멀리 있는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밥을 먹고 아이들을 재우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하느님을 잊지 않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나를 포장하고 채우려던 마음을 가만히 내려놓으려 한다. 그 대신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하루하루 속에서 작은 십자성호를 긋고, 묵묵히 한 걸음씩 걸어가고 싶다. 해미의 이름 없는 순교자들이 지켜 낸 신앙도 아마 그런 것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정유선 소화 데레사인 나도, 그 길을 조금씩 따라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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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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