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프지만 평일에는 신자보다 날벌레가 더 많다. 그래서 오늘도 역시나 농사 현장으로 놀러 가서 담소나 나누려 했다. “신부님, 나 고민이 있는디” “뭔디요?” “나 저거 안 팔려가지고 이번 달 교무금 못 낼 거 같어. 미안허요.” 봉급 받는 삶이 아니기에 매달 교무금을 내지 못하신다. 농작물마저 팔리지 못하면 주일 헌금마저 못 내는 현실이다.
주님께 물어본다. “어쩐대요?” “할 수 있어”라고 답을 주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나쳐 온 본당 신자들이 이 촌에 놀러 와 과일을 먹고 있었다. “신부님. 이거 살 수 없어요?” 이거구나. 국내산이라면 믿고 사는 분들이 계신다. 더군다나 어려운 농가 좀 도와달라고 하면?
본당 신자들은 수산물 빼고 거의 모든 것을 수확하신다. 쌀은 기본이고, 순창의 명물 봄 두릅과 가을 고추, 딸기와 블루베리, 멜론과 곶감. 그리고 양봉에 한과 생산까지⋯. 이미 가정 방문을 마친 터라 어느 신자가 무엇을 재배하는지는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다시 그 신자에게 여쭈어 본다. “많아요?” “겁나부러.”
됐다. 이제 필요한 도시 본당과 신자를 찾으면 된다. 방문하는 주임 신부님과 사목회장님들께서는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믿을만하니 좋습니다”라고 허락해주신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보통 토요일과 주일에 도시 본당에 가서 팔아야 하는데, 갈 신자가 없다. 나도 미사를 해야 하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예약 주문을 받아서 필요한 수량만 배달해드려도 될까요?” “오케이” 답변을 받고 몇 주간 주문을 받는다.
배송을 가야 하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또 나다. 어차피 배송비용은 성당에서 부담하기로 약속한 터였다. 주문받은 것을 본당 승합차에 실으니 가득 찼다. 농산물을 받은 본당에서는 품질이 매우 좋다며 다른 농산물 있으면 알려달라고까지 하였다. 판매금액을 다시금 신자분께 드리니 교무금에다가 감사 헌금까지 본당에 봉헌해주셨다. 일석이조다. 생산만 하세요. 판매와 배송은 제가 직접 할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