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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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산재은폐 처벌 어렵다는 노동부…유족·노동계 "부실 수사로 면죄부"

공소시효·산재은폐죄 해석 반박…"노동부 소극적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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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고용노동부 수사 결과에 반발하는 유족과 노동계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쿠팡의 고 장덕준 씨 산업재해 은폐 의혹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놓은 데 대해 유족과 노동계가 부실 수사라며 반발했다.

고 장덕준 씨 유족과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공공운수노조 등은 23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가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쿠팡에 면죄부를 줬다"며 재조사를 촉구했다.

앞서 노동부는 전날 쿠팡 계열사에 대한 기획감독 결과와 장 씨의 산재 은폐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부가 쿠팡에 대한 처벌이 어렵다고 주장한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노동부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장 씨 사망 이후 근무 기록을 축소하도록 부적절한 지시를 내린 점 등을 사실로 확인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난 점과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재은폐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점을 들며 형사처벌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노동부가 처벌이 어렵다고 판단한 두 가지 근거에 대한 반박이 이어졌다.

공소시효 도과 판단에 반박…"은폐 행위 종료 시점 조사해야"
먼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판단에 대해 권영국 쿠팡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형사소송법 제252조에 따르면 공소시효는 범죄 행위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된다"며 "장 씨의 산재를 축소하려던 실행 행위가 언제 끝났는지까지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씨의 사망 시점이나 김범석 의장의 지시 시점으로만 공소시효 5년이 도과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것이다. 

이어 "산재 은폐 행위는 산안법 뿐만 아니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나 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할 수 있다"며 "업무방해죄는 공소시효가 7년이기 때문에 아직 시효가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동부는 경찰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이 범죄가 성립하는지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얘기하면 될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상현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도 장 씨 사건에 국한하지 않고 쿠팡의 조직적인 산재 은폐 의혹 전반을 조사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내부 고발을 통해 장 씨의 산재를 은폐하는 과정에 김범석 의장이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고, 쿠팡은 이후 내부적으로 산재 은폐 매뉴얼까지 만들었다"며 "산재 은폐 지시와 은폐 시스템이 여전히 남아 있는지, 이후에도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철저히 밝혀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재 발생 보고했으니 은폐 아니다?…"원인 은폐도 산재 은폐"
산안법상 산재은폐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노동부 판단에 대해서도 반박이 나왔다.

노동부는 장 씨 사망 당시 중대재해 발생 사실이 보고됐고,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승인 과정에서도 직접적인 방해 행위가 확인되지 않아 산재은폐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판례는 산업재해 발생 사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숨기거나 산업재해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적극적이거나 의도적인 행위를 산재 은폐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재 사실을 보고했더라도 허위 사실을 보고하거나 근무 실태를 왜곡하는 방법으로 안전조치 위반 사실을 숨기려 했다면 산재 은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안전난간 미설치로 노동자가 추락해 숨진 사고에서 사업주가 사고 원인을 숨기기 위해 안전난간을 다시 설치하고 사진을 제출했다가 산재은폐죄로 처벌받은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27살의 건강했던 청년이 '과로사'로 사망했는데, 산재 원인을 파악하려면 노동 환경, 노동 강도, 휴게시간 적정 부여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서 고 장덕준 씨의 어머니 박미숙 씨가 발언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 씨의 어머니 박미숙 씨는 노동부의 조사 결과에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박 씨는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재해자가 증명해야 하는 현실이 고통스러운데, 이제 사업주가 산업재해를 은폐해도 부적절할 뿐 처벌받지 않는다는 날개를 달아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소한 공정하게라도 판단해 줄 거라 믿었던 관리감독 기관이 노동자의 생명을 외면한 채 기업의 편에 서 있는 현실은 참혹하다"고 말했다.

유족과 노동계는 노동부의 조사 과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며 감사원에 청구한 감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또 노동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산재 은폐 의혹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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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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