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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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돋보기] 삭제된 민생

박예슬 (헬레나) 신문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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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된 뒤 이전엔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런 일까지 하는구나’ 싶을 때도 있지만, ‘우리나라에 아직도 이런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나?’ 하고 놀란 적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미등록 이주 아동의 출생등록 권리와 양육비를 받는 절차였다. 난민 처우도 그렇다. 치안과 개인 권리가 비교적 잘 보장되는 나라라 믿었던 우리나라에서 당연한 권리조차 제약받고 있었다. 언제쯤 개선될지 기약할 수 없다는 사실은 더욱 큰 막막함으로 다가왔다.

이 사안들은 최근 5년 사이 적잖은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미국에서는 경찰들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를 사이렌을 울리며 찾아간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수십 년 전 일화다. 반면 우리나라는 양육비 미지급자가 소장을 받지 않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게 여전한 현실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무조건 앞서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개선이 더딘 현실을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기도 어렵다. 입법자들은 민생은 뒷전이고, 정쟁에 혈안이 돼있다. 오늘도 민생과는 거리가 먼, 상대 진영을 향한 혐오가 담긴 보도자료가 수두룩하게 도착한다. 나의 손가락은 익숙한 곳을 향한다. 삭제, 삭제, 삭제⋯.

공직자의 청렴성을 지키기 위한 감시와 견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그만큼 청렴해졌는가. 정쟁 속에 소송이 난무하고, 국정감사 기간 고성과 비난이 오가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울고 있다.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정부 역시 지난 8월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 원 이하로 처벌 수위를 3배 높이는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도가 실제 작동하고,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을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 법안의 빠른 통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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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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