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회가 10년에 걸쳐 추진한 사료목록화사업이 열매를 맺었다. 전국 교구와 수도회 등에 흩어져 있던 사료 5만 9000여 건을 하나의 디지털 공간에서 검색할 수 있는 아카이브 ‘어제와 오늘’이 공개됐다. 단순히 오래된 기록을 정리한 성과가 아닌, 흩어진 기록을 연결해 한국 교회의 역사를 더욱 온전히 살펴볼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록은 지나간 시간을 담고 있지만, 그 안에는 오늘도 귀 기울여야 할 이들의 목소리가 살아있다. 박해 속에서 신앙을 지킨 평신도들, 이름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한 작은 공소의 신자들,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이웃을 돌본 이들의 삶이 그렇다. 교회사는 수많은 평범한 신앙인의 삶이 모여 이룬 역사다. 아카이브는 자칫 잊힐 뻔한 그들의 발자취를 다시 발견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동안 사료가 기관별로 흩어져 있었다면, 이제는 서로 다른 기록들이 하나의 역사 안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작은 공소의 문서 한 장이 지역사의 빈틈을 메우고, 선교사들의 기록이 한국 근현대사의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교회가 보존해온 기억은 교회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물려받아야 할 유산이다. 기록을 공개한다는 것은 그 유산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기록이 새로운 질문과 연구를 낳도록 해야 한다. 1962년 이후 교회의 사회적 역할을 보여주는 자료까지 발굴하고, 후대가 손쉽게 접근하도록 보존과 관리에 더욱 힘써야 한다. 역사는 누군가 그 기록을 읽고, 질문하고, 오늘의 삶에 비춰볼 때 비로소 살아있는 것이 된다. ‘어제와 오늘’이 과거를 보존하는 공간을 넘어 한국 교회가 뿌리를 돌아보고 미래를 성찰하는 열린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