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림 수녀의 사도직 현장에서]
어렸을 때 사촌들과 병원 놀이를 즐겼다. 무교 집안에서 자란 나에게 그리스도교의 치유 개념은 낯설었지만 아픈 사람을 향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중요했고, 치유 사도직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내가 혈액종양내과 의사가 된 것은 섭리적이다.
대구파티마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에서 림프종(T세포) 자가이식을 한 첫 환자인 전○수(17)님이 거대세포바이러스성 폐렴으로 귀천한 날이 28년 전 모든 성인 대축일이었다. 해마다 이날이면 천국의 모든 성인과 함께 있는 그를 기억하며, 그의 부모님을 위해 기도한다. 암 전문의로 30여 년, 다양한 암환자들의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면서 점차 순간과 영원이 모호해진다.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 삶의 유한을 자각하고 지금의 삶을 충실히 살며 자신과 만나는 환자들과 기억 안에 현존하는 이들과 마음에서 하나가 된다.
우리 병원은 암환자에 대한 고유한 치유철학을 실천한다. 진단에서 죽음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돌보는 전인 치유 서비스를 원내에서 행한다. 치료비 때문에 적정 치료를 못 받는 환자는 없어야 하며(대구파티마병원 암후원회), 지방 이차 병원의 가난한 암 환자들도 서울의 대형 병원에 버금가는 의료서비스(대구파티마병원 암센터)를 받도록 한다. 즉 근치적 의료인 조혈모세포이식센터에서 완화의료인 호스피스 병동 및 가정 간호까지 전인 치유를 위한 치밀한 투신이 필요하다.
원산 명사십리에서 시작한 고기잡이가 한국전쟁 후 대구 파티마라는 강(江)으로 이어졌다. 먼저 강을 건넌 많은 영혼과 지금 강에서 표류하는 가난한 이웃이 샛별이신 파티마 성모님과 성삼의 친교로 함께 흘러간다. 100주년을 맞이하는 툿찡 포교 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의 의료 공동체는 미션을 위한 협동이 필요하고, 그들의 도우심에 깊이 감사드린다. 고기를 잡는 파티마의 생명력은 영원하다.
파티마 강에서 암환자의 고기잡이는 여전히 흥미로운 도전이다. 표적치료제, 세포 면역치료제, 항체-약물 접합체 등장으로 생존 기간이 연장되었다. 이미 초고령사회 들어선 한국에서 대구와 같은 고도(古都)가 먼저 그 변화를 겪으며, 이에 고기잡이 방법도 변한다. 의료사태 후 수면 변화, 젊은 의료인들의 정체성 혼돈은 가톨릭 의료기관으로서 전인 치유 질서의 교육도 요구받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