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옆엔 선우경식 원장 사진… 요셉의원서 일하는 꿈 현재진행형
봉직의 땐 신학생 도와… 현재 매달 치료비 200만 원 정기후원
“주어진 일을 하느님의 소명 삼아 나누는 것이 우리의 최고 역할”
“입시에 성공만 하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살겠습니다.”
한때 예비 신학생 모임에 참여하며 사제의 길을 꿈꿨던 청년이 치과대학 입시를 앞두고 하느님께 드린 기도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통해 1억 원 넘게 기부한 서울예담치과 문현일(모세) 원장 이야기다.
문 원장은 10월 21일 서울 성북구 자신의 치과에서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부본부장 김수규 신부에게 감사패를 받았다. 본부에 기부한 금액은 누적 1억 230만 원. 이 가운데 8530만 원을 국내 환자 치료비 지원에 보탰다. 명동밥집 무료급식과 재난 긴급구호에도 참여했다. 지금도 매달 200만 원을 치료비로 정기후원한다. 1억 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후원을 약정한 개인 기부자 모임인 ‘가톨릭 필란트로피 클럽’에도 이름을 올렸다.
문 원장의 나눔은 그보다 앞서 시작됐다. 2011년 무렵 봉직의로 일할 때는 월급 500만 원 가운데 50만 원을 어려운 신학생들의 생활비로 후원했다고 회고했다. 치과의사가 된 뒤에도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는 마음을 놓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당시에 하느님께서 그 기도를 들어주셨는데, 저는 아직 그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마음의 짐이 있었죠.”
가난한 환자를 무료로 진료하는 요셉의원 같은 곳에서 일하고 싶은 꿈도 품었다. 지금도 진료실 책상 옆 벽에는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 성화 등과 함께 요셉의원 설립자 선우경식(요셉, 1945~2008) 원장의 사진이 붙어있다. 하지만 정작 진료 현장에서 절실히 느낀 것은 자신의 부족함이었다.
“이렇게 돈을 받고 하는 정당한 행위에서도 사랑을 베풀지 못하는데, 만약 무료로 하면 그분들한테 제가 얼마만큼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스스로 물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환자 치료비 지원 안내문을 접했다. 직접 진료하지 않아도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병원에서 치료받도록 도울 수 있었다. 그 돈으로 환자들이 조금이나마 대접받으며 치료받기를 바랐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셈이었다.
문 원장은 “힘들게 지내면서 모아 모아서 나누는 분들이 성경 속 이야기처럼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떠올린 사람은 바로 열심한 신자인 그의 어머니였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기부를 이어가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이제는 신앙과 나눔을 실천한 아버지의 기억을 두 자녀에게도 물려주고 싶다. 자녀들 이름으로 생애주기별 기부에 참여하는 이유다.
문 원장은 치과의사로서 맡은 일도 하느님이 주신 소명으로 받아들인다. 기회가 된다면 요셉의원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도 여전하다. 그에게 나눔은 단순히 돈을 내는 일을 넘어 젊은 날 품었던 꿈을 자신의 자리에서 이뤄가는 방법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일을 하느님의 소명으로 여기고 최선을 다하면서 나눔을 실천하는 것. 큰 성인이 되지는 못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