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바오로수도회 한창현 신부가 cpbc 특별강좌 레오 14세 교황의 첫 회칙 「고귀한 인류」 3부에 출연하고 있다.
cpbc 가톨릭평화방송은 레오 14세 교황 회칙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 반포에 맞춰 우리 사회가 마주한 위기와 인간 존엄성의 회복을 살피고자 특집 강연을 마련했다. 주교회의 AI 태스크 포스(TF)에 참여하고 있는 사제들로, 가톨릭대 교수 방종우 신부와 대구가톨릭대 교수 김도현 신부가 앞선 1·2부 강연에서 기술의 유물론적 한계와 관계의 단절을 진단한 데 이어, 이번 3·4부에서는 한창현 신부와 조동원 신부가 노동의 의미와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을 짚었다. 강연은 cpbc 플러스와 cpbc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볼 수 있다.
3부 - 성바오로수도회 한창현 신부 / AI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기계가 획기적으로 발전하면서 점차 인간 노동의 가치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빅테크 기업은 이에 대해 ‘굳이 노동하지 않아도 된다’며 장밋빛 미래를 그린다. 하지만 한창현 신부는 노동의 소멸이 곧 인간 가치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신부는 “우리는 노동을 하도록 태어난 인간”이라며 “노동은 단순히 재화를 획득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자의 고유성이 형성되고 타인을 이해하며 배려하는 성장의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이 소멸된 사회에서는 이러한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면서 “앞으로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이상적인 생각을 할 수 있지만, 현실은 대량 실업이 이뤄지고 재취업은 점차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신부는 이어 “노동의 상실은 성장의 기회가 사라지고 관계성의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기에 젊은이들이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 있다”면서 “인간관계가 무너지고, 극단화된 미디어와 혐오, 조롱하는 문화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에게 AI의 발전이 약속한 돈을 준다고 해서 (인간의 존재에)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했다.
알고리즘과 미디어의 편향성에 익숙한 인류가 진실을 마주할 힘을 잃어버릴 위기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지금은 진실을 찾으려고 해도 누구도 그것을 진실이라 인정하지 않고, 서로 음모론이라고 주장하는 시대”라며 “거짓 정보가 AI라는 증폭기를 만나면서 디지털 플랫폼은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AI 사용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기술 발전을 맹신하고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세태를 꼬집었다. AI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며, AI 스스로가 무엇을 하는지 본질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신부는 “AI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인간 활동과 결정을 대신하고, 인간의 생각과 행동양식을 바꿔놓고 있다”며 “(오인 타격 등으로) 10명 중 한 명이 억울하게 죽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시대가 되고 있다. 거대 기업들은 절대 책임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기를 업데이트하지 않은 개인 문제로 치부해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4부 - 가톨릭대학교 교수 조동원 신부 / AI 시대 인류의 미래, 희망은 가능한가
조동원 신부는 인간이 기계의 판단에 매몰되는 함정을 짚었다. 조 신부는 전장에서 AI가 판단한 결과를 인간이 따르는 위험성을 지적했다. 특히 기계가 표적을 선별할 때 수많은 정보를 모으지만, 인간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몇 초에 불과하다는 점을 상기했다.
“사람은 결과적으로 기계의 판단을 믿을 수밖에 없다. 결국 확인이 아니라 승인만 하게 된다. 말 그대로 서류에 도장만 찍는 절차인데, 이름만 인간의 결정일 뿐 결국 내용은 기계가 결정하는 것이기에 어떤 기계도 인간 생명을 빼앗는 선택을 해서는 안 되며, 마지막 판단은 인간이 해야 한다.”
조 신부는 1983년 소련의 한 방공 관제소 사건을 예로 들었다. 당시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 중령은 미국이 핵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경보를 받았고, 시스템 화면에는 ‘발사’라는 경고가 떴다. 매뉴얼대로라면 그는 즉각 상부에 핵 공격을 보고해야 했고, 곧바로 미국을 향해 보복 타격으로 이어질 상황이었다. 하지만 페트로프 중령은 의심 끝에 미국이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 판단했다. 실제 미사일은 날아오지 않았고, 기계 오류로 확인됐다. 조 신부는 “기계는 확신했지만 틀렸다”며 “인간은 의심했고, 결국 인간이 옳았다. 이 느림의 이름이 곧 양심이고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알고리즘을 통한 행동 예측 역시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요소로 언급됐다. 조 신부는 “인간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은 과거의 쇠사슬이 아니라 알고리즘에 의한 예측”이라며 “알고리즘은 비슷한 취향과 관심사의 사람들을 묶어 단절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편리함과 맞춤형 정보에 익숙해지면서 인간이 기계의 유도에 따라 수동적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AI가 제공하는 위로에 인간이 갇히는 현실도 짚었다. 조 신부는 “AI는 참과 거짓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그럴듯한 말들을 내놓는다”며 “그럴듯함과 참된 것은 다르다”고 했다. 이어 “기계는 지치지도 화를 내지도 않지만, ‘함께 아파하는 누군가’는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신부는 AI 산업 이면의 착취 구조도 진단했다. 그는 “화면 속에 비치는 AI는 깨끗하고 말끔하지만, 뒤편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며, AI의 혜택은 위로 가고, 그 비용은 아래로 흐르고 있다(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발전의 수혜는 특정 계층과 자본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마음과 기도는 인간의 것”
가톨릭대학교 교수 조동원 신부가 cpbc 특별강좌 레오 14세 교황의 첫 회칙 「고귀한 인류」 4부에 출연하고 있다.
두 신부는 AI 시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적 대안도 제시했다. 한창현 신부는 ‘공동 식별’을 강조했다. 기술을 무조건 거부하는 게 아니라, 기술 흐름의 이면을 바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신부는 “AI가 위협이 되니 무조건 막기보다, 전체를 조망하고 이를 공동 식별 안에서 함께 내재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사회 전반에 걸쳐 실업 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공조 체계가 기술 도입 시점부터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신부는 AI 맹신을 막기 위한 교육과 사회적 연대를 제안하며 “AI 사용에서 절제를 실천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동원 신부는 ‘사랑의 문명’을 대안으로 꼽았다. 조 신부는 알고리즘을 따르는 대신 타인에게 다가갈 것을 당부하며 “사랑은 비슷한 것끼리 묶어주는 것이 아니라, 나와 전혀 다른 사람에게 건너가는 것”이라며 “이 움직임이 바로 사랑의 문명”이라고 설명했다.
조 신부는 AI의 무장 해제를 언급하며, 최종 결정권은 반드시 인간에게 남겨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간단한 서류작업은 AI에게 시키되, 마음은 맡기지 말아야 한다”며 “외로울 때는 AI가 아닌 사람에게 가야 한다”면서 일상에서도 기계와 인간 영역이 분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신부는 생산성과 효율성 없는 행동이라도 인간 존엄을 지키는 행위를 언급하면서 기도와 경배가 도움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글을 쓰고 기도를 하는 것은 나 자신을 드리는 행위이므로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며 “마음과 기도는 끝까지 인간의 것으로 지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