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설립 30주년… “치매·만성질환자도 질병 초기 돌봄 필요”
“생애 말기 사람 손길 중요… 기술이 인간 중심 돌봄 돕도록 연구”
“완화의료는 모든 사람의 권리가 돼야 합니다.”
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 호스피스연구소장 박미현(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 수녀는 연구소 설립 30주년을 맞아 완화의료의 보편화를 강조했다. 암 환자 중심의 돌봄을 넘어 치매와 만성질환 등 중증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들도 질병 초기부터 적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수녀는 “호스피스라고 하면 임종을 위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본래 목적은 생애 마지막까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고 말했다. 호스피스가 생애 말기 환자의 돌봄에 초점을 맞춘다면, 완화의료는 중증질환을 앓는 환자의 신체적·심리적·영적·사회적 고통을 질병 초기부터 덜어주는 폭넓은 돌봄이다.
국내 호스피스의 출발점에는 가톨릭교회가 있었다. 1965년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이 강릉 갈바리의원을 열고 생애 말기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이후 가톨릭 의료진과 간호사, 교수들의 노력으로 강남성모병원(현 서울성모병원)에 호스피스 병동이 마련되는 등 활동이 확대됐다.
1995년 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이 세계보건기구(WHO) 호스피스·완화의료 교육 협력센터로 지정됐고, 이듬해 이를 운영하기 위한 호스피스연구소가 설립됐다. 연구소는 해외 전문기관과 교류하며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국내 호스피스 정착에 힘썼다. 2016년에는 연구소 자체가 WHO 협력센터로 지정됐다.
박 수녀는 “처음에는 국내에 호스피스가 정착하도록 도왔다면, 지금은 우리가 쌓은 경험을 다른 나라와 나누고 있다”고 했다. 연구소는 현재 WHO와 협력해 서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완화의료 전문인력 양성과 정책 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박 수녀는 “호스피스는 돈이 되는 일이 아니지만, 고통받는 환자를 영적인 차원까지 돌보는 일은 가톨릭 의료기관의 사명과 맞닿아 있다”면서 가톨릭 의료기관이 호스피스 발전에 앞장서 온 배경으로 치유자이신 그리스도를 꼽았다.
급격한 고령화와 의료환경 변화 속에서 완화의료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박 수녀는 완화의료가 일부 선진국의 선택적 서비스가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접근할 수 있는 필수 보건의료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생애 말기 인간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의료인 모두가 완화의료의 기본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으로 연구소는 완화의료를 일차 의료와 지역사회로 확대하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인간 중심의 돌봄에 활용하는 연구를 강화할 계획이다. 박 수녀는 “생애 말기 돌봄에서는 사람의 손길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기술이 인간 중심의 돌봄을 더욱 활성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저소득 국가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고통 속에서도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을 위해 무엇을 도울 수 있을지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