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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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주 신부의 시사진단] 내 SNS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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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십수 년간 운영하며 많은 사람과 소통해온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스레드 계정까지 함께 사라진 것이다. 이용 규정을 어긴 적 없다고 생각해 법률 검토까지 받아봤지만, 삭제를 정당화할 위반사항은 찾을 수 없었다. 알고리즘의 오판이 아닐까 싶었으나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충분한 설명도, 소명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뜻밖의 변화가 생겼다. SNS가 없는 일상이 오히려 편안해진 것이다. 무심코 릴스를 넘기거나 편향된 정보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줄었다.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고 게시물의 반응을 의식하는 일에서도 벗어났다. 그러한 마음이 줄어들자 내 삶을 돌아볼 내적 여유가 생겼다. 그러다 의문이 들었다. SNS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 과연 나의 절제력만의 문제였을까?

최근 미국에서는 SNS 기업의 책임을 묻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여러 주정부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운영사인 메타(Meta)사(社)와 최대 171억 달러(한화 약 23조 원) 규모의 합의에 이르렀다. 메타가 청소년의 과도한 이용을 유도하도록 서비스를 설계하고 위험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 주정부들의 주장이었다. 메타는 위법행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청소년 이용시간 제한과 안전장치 강화에 명확히 합의했다.

미국에서 SNS 산업을 과거 담배 산업에 비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세기 담배회사들은 흡연의 위험을 축소하고, 의사가 등장하는 광고로 소비자를 안심시켰다. 1998년에는 미국 46개 주가 제기한 소송 끝에 말보로의 필립모리스, 캐멀의 R.J. 레이놀즈 등 4개 대형 담배회사가 25년간 총 2060억 달러(한화 약 276조 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담배와 SNS의 위험이 같지는 않다. 그러나 기업이 위험을 알고도 충분히 알리지 않았는가는 공통의 질문이다.

지나친 SNS 사용 문제는 시간 낭비만이 아니다. 짧고 강렬한 영상과 쏟아지는 정보는 우리 주의를 끊임없이 다른 곳으로 돌린다. 추천 알고리즘은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비슷한 견해를 반복해 보여주며 확증편향을 강화할 수도 있다. 무엇이 옳고 필요한지 스스로 묻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은 정체성과 가치관을 형성해가는 시기에 있다. 타인의 꾸며진 일상과 자신을 비교하고 ‘좋아요’ 숫자로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는 모습은 삶에 결코 좋은 영향을 주기 힘들다. 물론 SNS는 소통과 배움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장점과 위험을 이해하고, 필요할 때 스스로 거리를 두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는 지금껏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절제하라고 가르쳐왔다. 그러나 그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사실 어른과 기업에 결정적인 책임이 있다. 기업은 위험을 알리고 이용자를 보호할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와 가정도 사용시간 제한을 넘어 정보를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선택하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SNS 계정이 삭제되며 나는 뜻밖에도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되찾았다. 레오 14세 교황은 회칙 「고귀한 인류」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알고리즘의 판단과 인간의 자유를 위협하는 디지털 기술의 위험을 경고하며, 성찰과 판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술은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지, 인간이 기술에 종속되어선 안 된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디지털 세상에 접속하는 능력뿐 아니라, 필요할 때 스스로 접속을 끊을 수 있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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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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