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부터 11월 6일까지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앞 들머리에서 열리는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40days for life)는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낙태 반대 운동이다. 2004년 미국 텍사스의 한 낙태 클리닉 앞에서 4명의 생명운동가들이 40일간 기도하고 금식하는 데서 유래했다. 40일간 모든 것이 ‘기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목청껏 외치는 구호라든지, 시선을 끌기 위한 음향 효과나 몸짓이 없다. 대규모 인원이 동원되지도 않는다. 낙태를 반대하고 생명을 살리는 일에 뜻을 같이하는 참가자들은 자신이 신청한 시간에 와서 한두 시간씩 조용히 기도를 바치고 갈 뿐이다. 참가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같은 지향을 두고 같은 기도를 바치는 기도의 특별한 힘과 은총을 체험한다고 입을 모은다.
봉사자들은 낙태 반대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기도하는 이들 옆에서 함께 기도를 바치며 침묵 속에 자리를 지킨다. 낙태 위기에 처한 여성을 도울 수 있는 기관을 안내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는 낙태 클리닉이나 학교 주변,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번화가에서 이뤄진다. 대부분이 기도하는 이들을 무심히 지나쳐가지만, 기도를 바치는 이들의 믿음은 굳건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은 이 기도로 낙태를 고민하는 여성이 마음을 돌리고, 낙태된 태아의 영혼이 위로받는다는 것을 말이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이후 우리나라는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낙태 전면 허용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됐다. 누구도 법 개정에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생명을 위해 간절히 바치는 40일간의 기도는 더욱 특별하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올해 50년 만에 낙태 합법화 판결을 공식 폐기한 건 생명수호에 뜻을 둔 이들의 기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