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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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주년 천상 탄일에 갓 쓴 김대건 신부 성상 바티칸에 설치

성 베드로 대성전 ‘성 김대건 신부 성상 축복식’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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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대건 신부 성상 설치 기념 미사가 16일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 주례로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봉헌되고 있다. 리길재 기자

성 김대건 신부 성상 축복식에 참여한 가톨릭평화방송여행사 순례단이 김대건 신부 성상 앞에서 유흥식 추기경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리길재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클레멘스 홀에서 한국의 주교단과 사제, 수도자,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고 있다. 바티칸시국 통신부 제공

한복을 입은 한국 신자들이 ‘성 김대건 신부 성상 설치 기념 미사’에 참여해 성상 설치의 기쁨을 나누며 기뻐하고 있다.


16일 현지 시각 오후 4시 30분 성 김대건 신부의 성상이 설치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우측 외부.

한국의 성인상이 교회사에서 처음 성 베드로 대성전에 설치돼 축복식이 거행된 이 시각, 한국인 신자들과 사제, 수도자들은 두 손을 모은 채 성상을 올려다봤다. 한국 교회의 하느님 백성 모두가 감격스럽고도 거룩한 마음으로 김대건 성인과 눈을 마주쳤다. 한국 성인임을 알 수 있는 우리의 갓을 쓴 성인은 177년 전 이 땅에 복음을 전할 때에나 지금이나 인자하면서도 결연하고 당당한 자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주교와 사제들은 물론이고, 신자들도 성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일제히 카메라를 들고 도포와 영대 자락이 휘날리는 성상을 촬영했다. 성 베드로 대성전 수석 사제인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 주례로 거행된 축복식은 한국 교회가 보편 교회와 일치하는 순간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축복식은 대성전을 찾은 수많은 순례자들의 눈길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제막식으로 모습을 드러낸 성상은 감베티 추기경에 이어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과 염수정 추기경이 뿌리는 성수를 받으며 가톨릭교회의 자랑스러운 성인임을 전 세계에 알렸다.

지상에서 4m 위에 자리한 성상은 높이 4m에 이른다. 성상의 좌대(바닥석)에는 교황 문양과 함께 한글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가 새겨졌다. 함께 기재된 라틴어 ‘S. ANDREAS KIM TAEGON, PRESBYTER ET MARTYR (COREA 1821-1846) 문구가 전 세계 순례자들에게 한국 성인 사제임을 알리게 될 것이다.

축복식 끝엔 성상 설치를 자축하는 로마한인본당 청년들의 사물놀이 공연으로 더욱 빛났다. 감베티 추기경과 주교, 사제들도 한국의 전통 사물놀이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며 우리 문화를 환영했다.



성 베드로 대성전에 울려 퍼진 한국어 성가

성상이 설치된 이날은 성 김대건 신부 순교 177주년 당일로, 여러모로 의미가 더해졌다. 한국의 순례단을 비롯해 로마의 한인 신자 등 600여 명이 김대건 신부의 모습을 보기 위해 앞서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유흥식 추기경 주례로 봉헌된 ‘성 김대건 신부 성상 설치 기념 미사’에 참여했다.

성인을 현양하며 거룩한 미사가 봉헌되는 동안 성 베드로 대성전에는 한국어 성가가 울려 퍼졌다. 외국인 수도자들은 한국어 성가가 신기한 듯 기념 미사가 봉헌되는 대성전 중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국 교회 주교단을 비롯해 성상을 제작한 한진섭(요셉) 작가와 고종희(마리아) 교수 부부, 정부 측 인사로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과 오현주(그라시아) 주교황청 한국대사가 함께 자리했다. 아울러 영화 ‘탄생’의 총제작자인 남상원(스테파노) 아이디앤플래닝 그룹 회장과 박흥식(프란치스코) 감독, 그리고 영화에서 김대건 신부 역을 맡았던 배우 윤시윤씨, 유진길 역의 배우 안성기(요한 사도)씨, 배우 김나운(베로니카)씨 등이 함께했다.

대성전은 어린아이부터 초등학생, 청년, 어르신에 이르는 신자들로 가득 메워졌다. 한국인 신자들 중에는 한복을 입고 곱게 단장한 순례자들도 눈에 띄었다. 동양, 그것도 한국의 성인 사제 성상 축복식과 기념미사 소식에 많은 외신 기자들도 취재 경쟁을 펼치며 성 김대건 신부와 한국 교회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프란치스코 교황 특별 알현

한국의 주교단과 사제, 수도자, 신자들은 축복식과 기념 미사에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나는 특별 알현에 함께하며 더 큰 기쁨을 누렸다.

이날 알현 2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한국 순례단과 신자 600여 명은 일찍이 교황청 사도궁 앞에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태극기 부채를 든 신자들은 기쁜 마음으로 성상을 마주하기에 앞서 교황과의 만남에 들뜬 모습이었다. 오전 10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클레멘스 홀로 입장하자, 박수와 환호가 물결을 이뤘다. 교황은 신자들과 주교들에게 허리를 굽혀 화답했다.

교황은 특별 알현에서 ‘성 김대건 신부 순교 177주년’을 기념해 한국 교회 신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은 신자들에게 김대건 신부의 모습을 본받아 ‘평화의 사도’가 되자고 말했다. 교황은 2014년 방한 당시를 떠올리며 “이 위대한 성인의 치열했던 삶을 생각하니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라는 예수님 말씀이 떠올랐다”면서 “순교라는 성인의 길을 예언을 통해 한국 교회는 십자가를 품지 않고는 예수님을 따를 수 없으며, 남김없이 사랑의 길을 따르라는 부르심에 열려 있지 않으면 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고귀한 영혼을 지니셨던 성인은 여러 위험 앞에서도 물러섬 없이 또 수많은 고통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전하시는 데에 헌신하셨다”며 “모든 이들을 만나고 또 모든 이들과 대화하고자 하시며 많은 이들을 위한 평화의 씨앗이 되신 김대건 신부님처럼 여러분이 저마다의 삶의 자리에서 ‘평화의 사도’가 되라는 성소를 재발견하시길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교황에게 한진섭 작가가 별도로 제작한 성 김대건 신부 성상 모형 원형을 선물했다.



성 김대건 신부란

성 김대건 신부 성상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설치된 이날은 한국 교회에 커다란 은총의 날을 선물했다. 유흥식 추기경은 “사제 성소를 꿈꿀 때 제가 알던 신부님은 본당 신부님과 김대건 신부님밖에 없었다”며 “저 또한 ‘김대건 신부님처럼 한번 살아보면 좋겠다’고 여겨 김대건 신부님과 특별한 영적 만남을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이들에게 당신의 그 굳은 믿음이 삶이 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김대건 신부님은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고 그분이 아낌없이 우리를 사랑하신 그것을 온몸으로 표현하면서 사신 사제였다”며 “하느님 사랑 안에서 정말 우리 모두를 한마음이 되고 한형제가 되고 한가족이 될 수 있도록 이렇게 모든 것을 다 헌신하신 분을 따라 우리도 더 희망을 갖고 언제나 기쁘게 신앙생활을 해나가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용훈 주교도 “김대건 신부님은 우리 한국 모든 신부님의 모범이시며, 가장 용감하셨고 굳센 믿음을 지니셨던 분”이라며 “우리 사제들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 신앙인들의 모범으로, 보편 교회의 많은 이가 우리 성인 사제의 생애를 더욱 묵상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는 “김대건 신부님의 작은 조각상을 사제가 된 이후 늘 책상에 모셔놓고 전구를 청하고 있다”며 “1년 1개월의 짧은 사목 생활을 통해 신앙의 용맹함과 굳건한 믿음을 증거하신 신부님은 제게도 등대와 같은 분으로, 이제 보편 교회 모두의 모범이며 자랑이 되신 만큼 혼돈 속에 있는 지구촌과 복음화의 어려움에 직면한 한국 교회를 위해 전구해 주십사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오현주(그라시아) 주교황청 한국대사는 축복식 후 바오로 6세홀에서 열린 리셉션에서 “한국과 교황청 수교 60주년을 맞아 김대건 신부님 성상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 설치된 것은 한국 교회의 위상에 있어서도 기념비적인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오늘 행사가 한국과 교황청의 상호 이해를 깊이하는 자리가 되길 바라며, 한반도 평화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양국이 협력을 지속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도 “한국 교회 공동체는 김대건 신부님과 동료 순교자들의 증언으로 공동선의 모든 영역에서 활력과 헌신으로 기여하며 사회의 중요한 부분으로 성장해왔다”면서 “올해 수교 60주년으로 굳건해진 한국과 교황청은 아시아 지역의 도전에 맞서 더욱 협력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바티칸=김정아 기자 junga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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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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