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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소녀시대` 팬클럽 활동 참여해 청소년들과 교류
청소년들 자발성 역동성을 교회에서도 이끌도록 해야
"소녀시대 팬클럽과 천주교 신자는 많이 닮았습니다. 스타를 만날 수 없어도 항상 생각하고, 보이지 않더라도 스타가 원하는 대로 착한 일을 하고, 그러면서도 어떤 보상을 바라지 않으니까요."
의정부교구 김용석 신부(한마음수련원 전담)는 "순수함으로 따지면 팬클럽이 신자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며 `팬클럽 예찬론`을 폈다. 19일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 청소년학과를 졸업한 김 신부는 석사학위 논문 「팬클럽에서 청소년의 사회참여 활동에 관한 연구-소녀시대 팬클럽을 중심으로」 연구를 위해 소녀시대 팬클럽에서 활동하면서 팬클럽 예찬론자가 됐다. 김 신부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공카(인터넷 공식 카페)` `탱탄절(소녀시대 멤버 태연의 생일)` 등 전문용어(?)를 자연스레 사용했다.
의정부교구 3ㆍ4지구 청소년 지도신부로 사목하던 김 신부는 청소년들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 2009년 대학원에 입학했다. 공부하던 중 우연히 `그룹 2PM 멤버 박재범 탈퇴 사건`을 접하며 십대들의 팬클럽 문화에 흥미를 갖게 됐다. 당시 2PM 팬클럽은 탈퇴 철회를 요구하며 기획사 앞에서 3달 간 침묵시위를 벌였다.
그는 이들의 에너지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팬클럽 문화에 대한 심층 연구를 위해 소녀시대 팬클럽 `시스터즈`에 가입해 직접 활동하기 시작했다. 김 신부의 첫 팬클럽 활동은 방송국이 아닌 경기도 광주 한 영아원에서 이뤄졌다.
이후 6개월간 수 차례 팬클럽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청소년들과 가까이서 만나고,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눴다. 이를 통해 그는 주일학교에서는 미처 알지 못했던 청소년들의 자발성과 역동성을 발견했다. 이 과정에서 현재 주일학교 침체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도 얻었다.
"흔히 주일학교 침체의 원인을 소극적 청소년들에게 돌리곤 합니다. 그러나 팬클럽 청소년들은 서울에서 전주로 차를 대절하면서까지 봉사활동을 가고, 콘서트 진행을 돕기 위해 스스로 봉사단을 꾸립니다. 그리고 모든 공은 스타에게 돌리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는 시간을 쪼개가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열정이 있습니다."
그는 기성세대가 청소년의 긍정적ㆍ역동적 에너지를 인정하고, 그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주일학교 교육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신부는 "지금처럼 교리를 주입식으로 강의하는 방식에서는 청소년들이 참여할 틈이 없다"고 말했다.
"기도에 대한 정의나 방법을 책으로 배우기 전에, 먼저 직접 기도하게 한 뒤 그 경험을 나누고 이론을 나중에 가르치는 방식이라면 학생들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청소년들 역시 신앙생활의 주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김은아 기자 eun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