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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겐 관대하게 나에겐 엄격하게

[월간 꿈 CUM] 말씀과 함께 희로애락(喜怒哀樂)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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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SNS를 넘겨보며 시간을 보내던 중, 출처 미상의 재미있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러하다. 어느 휴일 오전, 일주일 동안 일에 시달린 아빠가 전날 회식을 한 후 쿨쿨 늦잠을 자고 있을 무렵이었다. 유치원생 아들은 일주일 동안 아빠와 함께 놀 생각만 했던 터라, 잠자는 아빠를 졸라가며 깨우기 시작했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난 아빠는 아들과 함께 공원으로 향한다. 그런데 공원 입구에 낯선 표지 판이 눈에 띄었다. ‘알코올 중독자 출입 금지.’ 호기심 많은 아이는 아빠에게 묻는다.

“아빠, 알코올 중독자가 뭐야?” 

아빠는 골똘히 생각하더니,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며 이렇게 대답해준다. 

“아들아, 저기 나무 두 그루 보이지? 저 두 그루의 나무가 네 그루로 보이는 사람을 알코올 중독자라 하는 거란다. 그런 사람한테 가까이 가면 안 돼요.”

그런데 아들이 아빠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한다. 

“아빠, 저기 나무 한 그루밖에 없는데?”

언젠가 대축일 전례 연습을 앞두고, 미사에 봉사하는 복사들의 복장 때문에 화가 난 적이 있다. 알록달록한 캐릭터와 상표가 그대로 비치는 티셔츠, 딱 달라붙는 추리닝, 귀걸이와 반지 등 반짝반짝 분심들게 만드는 모든 액세서리…. 참 다양했다. ‘그래도 제단 위에서 봉사하는 복사인데, 어떻게 저렇게 입고 봉사를 하나? 라땐 안그랬는데!’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바로 엄하게 훈계를 했다. 

“얘들아! 미사 때엔 꼭 복장을 단정히 갖추어 입도록 하렴!”

한 날은 평일 오전미사 주례 후 저녁에 여유가 생겨서, 동창 신부와 함께 놀러 나간 적이 있다. 그런데 주임 신부님께서 갑작스레 일이 생겨 저녁미사 전까지 본당에 도착할 수 없게 되었으니 미사를 부탁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필자도 본당에서 거리가 좀 있는 곳에 있었고, 출퇴근 시간도 겹친 터라 아슬아슬 미사 시간에 맞춰 도착했었다. 정신없이 제의를 입고 미사를 드렸는데, 문제는 미사 후 복사들의 시선이었다. 

등이 따가울 정도로 도끼눈을 뜨고 쳐다보는 아이들…. 싸늘했다. 제의를 벗고 거울을 보니, 빨간색 티셔츠와 검은 추리닝 바지 그리고 흰 운동화를 신고 있는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급하게 오느라 사제관에서 수단으로 갈아입지 못하고 그대로 미사를 드린 것이다. 그런데 그날따라 유독 복장 때문에 잔소리를 들었던 복사 두 놈이 나를 째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때야 비로소 ‘사람이 눈으로도 욕을 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은 더 무섭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신부님, 저희도 학원 끝나고 바로 오는 거예요!”

사람은 눈이 바깥을 향해 달려있다. 그래서 남은 잘 보이지만 자신의 모습은 남을 보듯 보기가 힘들다. 타인을 비난하고 힐난할 때는 누구나 검사처럼 논리적이고 철저한 모습이지만, 자신의 실수나 과오를 받아들이는 순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누구보다 자비롭고 이해심 가득한 모습으로 돌변하는 것이 ‘내면의 눈’을 감아버린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나에겐 관대하고 타인에겐 엄격한 모습 말이다. 

학생 때 성당 안에서 통화하는 신자를 보고 엄하게 호통을 치시던 신부님이 생각난다. 그 뒤 바로 그곳에서 전화를 받으시는 신부님을 보며 웃던 나인데, 이제는 내가 그 모습이 되어버렸다. 더 웃긴 모습이 되기 전에, ‘이웃에겐 관대하게, 나에겐 엄격하게’ 살도록 해야겠다.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뚜렷이 보고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낼 수 있을 것이다.”(마태 7,5)
글 _ 김용우 신부 (베드로, 대전교구 당진본당 보좌) 
삽화 _ 김 사무엘
경희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건축 디자이너이며, 동시에 제주 아마추어 미술인 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 중문. 강정. 삼양 등지에서 수채화 위주의 그림을 가르치고 있으며, 현재 건축 인테리어 회사인 Design SAM의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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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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