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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과 영성의 중화탕(中和湯)

[월간 꿈 CUM] 지금 _ 나와 너 그리고 우리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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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인심방」(活人心方)은 원래 중국 명나라 때 도가(道家)인 주권(朱權)이 지은 책이지만, 퇴계 이황이 자신의 의학지식과 철학사상을 담아 다시 기록한 양생서이다. 이 책에서 퇴계 선생은 병이 나야만 치료를 하는 서양의학적 접근을 하의(下醫)로 규정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의술, 즉 상의(上醫)는 마음을 다스려 병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마음은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영성적 성장의 핵심 요인이다. 따라서 영혼이 병들어 치유가 필요한 상황이 되기 이전에 미리 마음공부를 통해 영혼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지혜롭다 할 것이다. 

퇴계 선생은 자신과 이웃이 서로 화합하기 위한 마음자세로 중화탕(中和湯)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중화는 중용(中庸)에서 강조한 의미로서 희로애락과 극단적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중화탕은 약제를 달인 탕약이 아니라 30가지의 마음의 자세를 잘 섞어 만든 마음의 약이라는 뜻 이다.

이 30가지의 마음의 약제를 잘 통합하면 자신의 마음건강뿐 아니라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를 이루게 된다. 이 마음건강 처방들을 비슷한 내용끼리 짝을 지어 10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거짓된 마음을 버리고 진실해야 하며, 양심을 속이지 말고 정직해야 한다.

2. 매일 선행과 사랑을 실천하되 남모르게 도와주고, 항상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 

3. 시기와 질투를 멀리하고, 잔꾀를 부리는 교활하고 약삭빠른 삶을 버려야 한다.

4.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고 하느님이 주신 생명의 한계를 인식하면서 인간의 본분을 깨달아야 한다.

5. 탐욕을 버리고 마음을 가볍게 하며, 근검절약을 실천하면서도 항상 만족하고 감사해야 한다.

6. 자신에게는 겸손하고 온유한 마음을 유지하고, 타인에게는 관용과 연민의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7. 근검절약을 실천하되 검소하게 살면서도 치우치지 않는 중용을 실천한다.

8.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어떤 생명도 해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9. 매사에 화가 나거나 분노의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한다.

10.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물러남으로써 번뇌를 쉬고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율법의 핵심은 바로 ‘사랑’이다. 이 사랑은 실제로 건강한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면 진실한 사랑을 실천하기 어렵다. 퇴계 선생은 자신의 마음건강을 위한 여러 방법들을 소개하면서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대한 현대판 실천법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퇴계 선생의 중화탕의 내용 중 특히 재물에 대한 부분에 더 중점을 두어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상담을 하다보면 거의 대부분 정신적 건강의 취약성이 바로 이 재물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흑수저로 태어나 30대 안에 집을 마련할 수 없으니 결혼을 포기하겠다고 말하는 청년들, 아이를 기르기 위해 양육과 교육비로 최소 2억이 필요한데 그 돈이 없으니 자식을 낳지 않겠다고 결심한 신혼부부들, 부부가 아무리 사이가 안 좋아도 돈만 있으면 관계는 다시 회복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이분들은 실제로 경제적 안정이 심신의 안정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정신적이며 영적인 삶에 대한 초대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재물과 하느님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스스로 물어보아야 한다. 또한 “집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가정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약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건강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세간의 조언도 진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에겐 물질적인 삶과 영적인 삶의 조화를 위해 퇴계 선생의 중화탕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글 _ 박현민 신부 (베드로,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사목 상담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상담심리학회, 한국상담전문가연합회에서 각각 상담 심리 전문가(상담 심리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일상생활과 신앙생활이 분리되지 않고 통합되는 전인적인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현재 성필립보생태마을에서 상담자의 복음화, 상담의 복음화, 상담을 통한 복음화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 「상담의 지혜」, 역서로 「부부를 위한 심리 치료 계획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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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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