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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눈] 고령 운전과 급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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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밤 서울시청 앞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68세 남성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며 발생한 이 사고는 번화한 서울 도심에서 일어나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사고가 난 곳은 보통 시민들의 일상이 벌어지는 곳입니다. 그래서 이번 사고는 언제나 나도 사고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를 심어주었습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사고 지점 근처에서 일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희생자 중에는 야근하기 위해 저녁 식사를 하던 서울시 공무원, 진급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은행원 등이 있었습니다. 모두 각자의 일터에서 성실히 일하던 우리네 형제자매들이었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자리에 시민들의 놓고 간 국화와 추모의 글은 이번 사고가 너의 사고가 아니라 나의 사고, 우리의 사고라는 시민들 마음의 표현입니다. 이번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과 황망한 이별을 맞이한 유가족분들에게 하느님의 위로가 전해지길 기도합니다.

사고 차량 운전자는 사고 원인으로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CCTV 영상을 근거로 급발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급발진 차량은 어딘가 부딪쳐야 멈추는데 차량은 스스로 멈췄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운전자가 차량 정비까지 가능한 버스 기사였으며, 차량 앞에 물체가 있으면 작동되는 긴급 제동장치가 작동되지 않았다는 점, 68세는 운전하기에 부족하지 않다는 점이 급발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 시키지 못합니다.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철저한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이번 사고로 자동차 결함에 의한 급발진이 부각되었습니다. 현행법상 급발진 책임 여부는 차량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에게 있습니다. 더욱이 국내에서 차량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는 한 건도 없습니다. 관련 입법은 매번 막혀 왔습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운전자의 발밑에 가속과 정지 페달 조작을 촬영하는 블랙박스 도입을 의무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급발진 사고를 단순히 운전자와 자동차회사의 문제로 보지 않는 정부와 정치권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한 이번 사고는 고령 운전자의 안전 문제도 부각했습니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는 감소했지만, 65세 이상 고령의 교통사고는 3년 연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체 교통사고 비율 가운데 20를 넘어 역대 최고치입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65세 이상 고령 운전면허 보유자 비율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7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가 100만 명이 넘습니다.

그래서 고령 운전자의 사고가 점차 늘고 있는 만큼, 고령 운전자의 운전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조건부 운전면허 발급, 운전면허 자진반납 제도 활성화 등의 대책을 생각해 볼 시기가 됐습니다. 초고령화 국가인 일본은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고령 운전자에게는 택시나 음식점에서 할인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만약 운전면허를 반납하지 않은 고령 운전자는 자신의 차량에 초보 운전처럼 고령 운전자임을 표시해야 합니다. 또한, 이런 대책이 고령자의 이동권을 제한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고령 운전에 대해 다각적인 대책을 논의해야 합니다.


이번 주 [사제의 눈] 제목은 <고령 운전과 급발진>입니다. 고령 운전과 급발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안전한 공동체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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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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