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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장교의 병영일기] 기도와 위로 / 권영훈 중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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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병원장님! 10동 막사로 앰뷸런스 출발합니다!” 전화기 너머 간호장교 이제희 대위의 목소리에서 긴박감이 느껴졌습니다. 이제 막 가입학한 3사관학교 생도들이 묵는 10동 막사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저는 우선 원내 남아 있는 모든 의료진을 응급실로 모았습니다. 동계훈련 의무지원 중이라 남은 의료진이라고는 저와 군의관 1명, 임상병리사 김혜은(라파엘라) 하사가 전부였기에 가까운 훈련장의 의료진 위치를 조정하고 일부 인원은 병원으로 복귀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잠시 후, 한 눈에도 180㎝가 넘는, 키 큰 생도가 의식을 잃은 채 경련을 하며 들것에 실려 들어왔습니다. 환자는 내원 30분 전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고 했습니다. 경련이 계속돼 이대로 가다가는 산소부족으로 환자가 사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주님, 저희와 함께 해 주십시오.’ 간절한 기도 속에 모두가 달려들어 응급처치를 하는데, 마침 천군만마 같은 내과 여상목(미카엘) 대위가 응급실로 들어오고 뒤이어 간호장교 김효선(헬레나) 대위, 신경외과 군의관까지 차례로 복귀하는 것이 아닙니까?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국군의무사령부 의료종합 상황센터로부터 후송할 병원을 안내받는 사이에 환자가 심하게 경련을 일으켰고 어렵게 확보한 혈관주사 라인이 뽑힐 지경이 되자 군의관, 간호장교, 의무병 할 것 없이 모두가 환자 위로 몸을 덮어 환자를 보호해야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여상목 대위가 기도삽관에 성공하면서 후송을 서두르게 됐습니다.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앰뷸런스가 출발했지만, 후송 중에도 환자의 상태는 좋지 않았고 대구 파티마병원 응급실에 환자를 인계한 후 밤늦게서야 돌아온 의료진은 모두 지쳐 있었습니다.

밤 10시가 넘자 환자가 무사히 깨어났다는 기적 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새벽 1시, 환자의 아버지께서 근심과 실망이 가득한 얼굴로 저희 병원에 오셨습니다. 치료 경과와 함께 “비록 군에 머문 시간은 하루였지만 아드님은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충분히 자랑스러워하셔도 됩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잠시 후 아버님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몇 번이고 감사 인사를 하신 후 돌아가셨습니다. 며칠 후 주일 미사 중에 성바실리오본당 주임이신 박종혁 신부님께서 학교장이신 금용백(세베리노) 장군께 생도들을 위한 신자들의 기도를 부탁하셨습니다.

그런데 교장께서는 아무런 말씀 없이 그저 조용히 성가를 부르기 시작하셨습니다. “마음이 지쳐서 기도할 수 없고….” 그러자 모두의 진심을 가득 담은 성가가 성당에 나지막히 울려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주님은 우리 연약함을 아시고 사랑으로 인도하시네. 누군가 널 위하여, 누군가 기도하네. 네가 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 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권영훈(레지나) 중령
국군수도병원 내과간호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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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4-0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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