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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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서울대교구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 봉헌

25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 미사 주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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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를 집전하는 염수정 추기경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이 6.25 전쟁 발발 71주년인 오늘(25) 오전 10시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주례했다.

 

한국 천주교회는 6.25 전쟁이 일어난 625일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제정하여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와 9일 기도를 바치고 있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기도하며 일상적인 삶의 자리에서부터 평화를 실천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염수정 추기경은 미사 시작 전 코로나19로 인하여 모든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함께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미사를 봉헌할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드린다, “71년 전 동족상잔의 비극적인 전쟁을 기억하며, 진정으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강론하는 염수정 추기경

 

이후 미사 강론에서 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훈화를 인용하며,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다. 전쟁의 온상을 제거하는 것이 평화에 이르는 여정을 시작하기 위한 당연한 조건이다라며, “우리가 바라는 참 평화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지 깊이 묵상하자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염 추기경은 인간의 마음속에 진정한 용서의 태도가 뿌리내리지 않는 한 어떠한 평화의 과정도 시작될 수 없다, 진정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진정한 용서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염수정 추기경과 서울대교구 주교단
 

오늘 미사는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세덕 신부, 이하 서울 민화위)가 주관했다. 서울 민화위는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199531, 당시 교구장이였던 고()김수환 추기경이 설립했다.

 

199537일 저녁 7시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김수환 추기경의 주례로 시작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와 미사 후에 바치는 평화를 구하는 기도는 지난 26년 동안 이어져왔다. 조선가톨릭교협회 역시 매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함께 바치며 기도의 연대를 이뤄왔다. 코로나19로 지난해 227일 미사와 기도가 잠시 중단됐지만, 올해 119일에 다시 재개되어 봉헌되고 있다.

 

서울 민화위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운동, 대북 인도적 지원,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 평화구현에 필요한 가톨릭교회의 역할과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부설 평화나눔연구소를 설립하여 연구 및 교육사업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바치는 수녀와 신자들
 
 

다음은 염수정 추기경의 강론 전문이다.

 

+ 찬미예수님!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모든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상황에서 이렇게 함께 모여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안배해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오늘 우리는 6.25 전쟁 71주년을 맞아 동족상잔의 비극적인 전쟁을 기억하며 민족의 화해와 일치, 그리고 통일을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미사 시작하면서 말씀드린 대로 참으로 전쟁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상처를 받고 또 그 상황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하느님 곁에 서로 참회하고 속죄하며 서로 용서하고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은총을 청해야 할 것입니다.

 

이 미사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과 교회를 보살피고 끝없는 사랑으로 진리와 생명의 길로 이끌어 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귀중한 기회입니다. 아울러 우리가 민족의 화해와 일치, 그리고 한반도의 복음화를 위해 우리의 사명을 다짐하는 소중한 만남이기도 합니다.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일하는 것은 복음화와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사도행전의 말씀대로 하느님의 가르침대로 복음은 바로 평화의 복음”(사도 10, 36; 에페 6, 15)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민족은 6.25 전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우리 교회가 입은 피해와 고통은 매우 컸습니다. 전쟁 이전 북녘땅에서 우리 교회는 3개 교구, 57개 본당에서 약 6만 명가량의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6.25 전쟁 이전에 이미 공산정권의 박해로 평양교구장이셨던 홍용호(洪龍浩 프란치스코) 주교님을 비롯한 많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순교하였고 교회 건물은 전부 북한 정권에 몰수당했습니다.

 

그리고 6.25 전쟁 하는 동안 많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순교하거나 행방불명 됐고 신자라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하는 처참한 일들도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던 것입니다. 이때 순교한 분들 중 한 분은 말씀드렸다시피 초대 주한 교황사절이었던 메리놀회 소속 패트릭 번 (Patrick Byrne, MM, 방일은 方溢恩) 주교님이십니다. 번 주교님은 바로 이곳 명동 성당에서 체포돼 순교하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1514일 로마 싼 피에트로 광장에서 열린 삼종기도 훈화 중에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다. 전쟁의 온상을 제거하는 것이 평화에 이르는 여정을 시작하기 위한 당연한 조건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한반도에 긴장 상태가 고조되고 있는 냉엄한 우리 현실을 바라보며, 우리가 바라는 참 평화가 무엇인지 참 평화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깊이 묵상해보아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죄를 지은 사람을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사실 전쟁의 큰 상처를 주고받은 우리로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인간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인간의 마음속에 진정한 용서의 태도가 뿌리내리지 않는 한 어떠한 평화의 과정도 시작될 수 없습니다. 시작하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시작은 아닙니다. 용서가 없다면 상처는 계속 깊어만 갈 것입니다. 미래의 젊은 세대에게 끝없는 증오심을 불어넣고 복수심을 물려주는 것은 또 다른 비극과 파괴를 불러올 것입니다. 지속적이고 진정한 평화를 향하여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한한 인내와 하느님의 은총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사실 우리가 인내한다고 하지만 하느님이 우리를 인내하고 기다려주시는 것입니다.

 

흔히 용서를 요청받지도 않았는데 왜 용서해야 하는지 질문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참된 용서는 신앙의 문제입니다. 내가 용서하는 것은 하느님에게 용서받는 조건이고 서로 화해하기 위한 조건이며 이는 곧 하느님과 화해하기 위한 조건입니다. 이것은 우리 구원에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용서는 나 자신에게 달려있고 상대방에게 달린 것이 아닙니다. 내가 용서하는 것, 하느님이 먼저 용서하셨기 때문에 나도 먼저 나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나도 용서를 받았기 때문에 바로 하느님의 자비를 입었기 때문에, 우리도 넓은 마음으로 상대방을 용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용서는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선물입니다.

 

평화는 무엇보다 정의의 결과”(이사 32, 17)입니다. 그러나 참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정의는 특별한 형태의 사랑인 용서로 보완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의는 원한, 증오, 심지어 잔인함을 수반하게 돼 평화는 오래 갈 수 없습니다. 이것은 개인 간에서나, 국가 간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모두 100여 년 전 파티마에 발현하신 성모님께서 당부하신 대로 세계 평화, 특히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묵주기도를 열심히 바쳐주시기를 바랍니다. 묵주기도는 참으로 힘 있는 기도입니다. 이것은 세계의 역사가 증언하는 사실입니다.

 

성모님께서 파티마에 발현하신 것은 바로 러시아의 공산 혁명이 일어나기 얼마 전이었습니다. 이후 전 세계 모든 신자가 성모님의 분부대로 러시아의 회개와 평화를 위해 묵주기도를 정성껏 바쳤습니다. 러시아에서 70년 만에 공산주의 이념이 사라진 것은 바로 묵주기도의 힘이고 결과였던 것입니다.

 

또한 6.25 전쟁이 발발했을 때 많은 나라가 직접 군대를 보내거나, 의료 지원, 물적 지원을 보내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많은 나라들이 우리가 전쟁의 피해를 딛고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비롯한 여러 지원을 아낌없이 제공해주었습니다. 도와주신 모든 나라들과 국민들에게도 진심 어린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교회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에도 인적, 물적, 영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세계 여러 나라의 형제 교회, 여러 선교회와 수도회에 충심으로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이 자리에 함께하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한반도의 평화와 그리고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우리 교구와 한국 교회의 주보이신 성모님께 다 함께 기도드립시다.

 

+ 평화의 모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추기경 염수정 안드레아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이시권

 

 

 

 

 



서울대교구홍보위원회 202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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