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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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택 대주교, 안중근 의사 순국 112주기 추모미사

‘기억하다 - 빛과 소금이 된 이들’ 첫 미사로 봉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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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택 대주교는 26일 오전 10시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기억하다·빛과 소금이 된 이들첫 미사를 봉헌했다.

 

 기억하다·빛과 소금이 된 이들은 한국근현대사 신앙의 선조들을 기리고 모범을 따르자는 취지로 마련됐으며, 첫 미사는 안중근 토마스(1879~1910) 의사를 기리는 미사로 봉헌됐다. 이날은 안중근 의사가 중국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지 112주기가 되는 날이다.

 

정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안중근 의사는 우리 근현대사의 많은 의인들 중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추앙받으시는 의인이시고, 자랑스러운 가톨릭 신앙인이라며 민족의 자주독립을 수호하고자 했으며 이를 통해서 동양의 평화를 구축하고자 하신 살신성인의 그 자세 안에서 십자가를 묵묵히 지고 가신 예수님의 모습을 보게 된다라고 했다.

 

또한 “(안 의사는) 평화의 순교자로서 오늘날에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전 지구 차원에서, 또 그리고 분단이 고착되어가고 있는 한반도에서 평화를 건설하는 사도가 되라는 가르침을 우리에게 준다고 말했다.

 

미사에는 서울대교구 구요비 주교, 유경촌 주교와 사제, 신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기억하다 빛과 소금이 된 이들 미사강론(전문)

 

일시 : 2022326() 10:00

장소 : 명동대성당

주례, 강론 : 정순택 대주교(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찬미 예수님! 안녕하십니까? 봄비가 오는 상서로움이 가득한 은총의 이 시기, 이 특별한 미사에 참석하신 주교님들, 신부님들, 수도자들, 우리 교우 여러분 반갑습니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커지는 한편, 또 다른 한편으로는 팬데믹이 종식되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는 그런 면도 있어서, 어둠 속에 희망의 빛줄기가 보이는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고 보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안중근 토마스 의사 순국일을 맞아 안 의사를 추모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우리 교구에서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세상을 밝힌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신 신앙인들의 삶을 통하여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신앙의 모범을 본받자는 취지로 매년 상반기 하반기 한 번씩 기억하다-빛과 소금이 된 이들이라는 주제로 기리는 미사를 기획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첫 인물로 안중근 의사를 기억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는 우리 근현대사의 많은 의인들 중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추앙받으시는 의인이시고, 잘 아시다시피 자랑스러운 가톨릭 신앙인이십니다. 오늘 순국일이기도 한 안중근 의사에 관해 과거 한때 교회 안에서 그 평가가 조심스러웠던 시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즉 안중근 의거 당시의 교회는 아직 박해시대의 조직 그대로 조선대목구 상태였는데, 한국천주교회사의 가장 큰 박해이자 마지막 박해인 병인대박해가 종식된 지 시간적으로는 불과 한세대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그런 시점이었습니다. 당시의 조선대목구장이신 뮈텔 주교님으로서는 아마 다시 교회에 박해 상황이 벌어질 것을 염려하셨는지,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십계명을 어긴 죄라는 관점에서 이해하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에 대한 오늘날 교회의 평가는 과거와는 달리 이해되고 있습니다. 저명한 사회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교회가 안중근 의사를 추모하기 시작한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은 꽤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인으로서는 첫 교구장이신 노기남 대주교님께서 안중근 의사에 대해 큰 존경심을 가지셨다고 합니다. 한국 교회사연구소가 노기남 대주교님의 일기 수첩을 정리하여 편찬한 노기남 대주교 연보에 보면 1947326일 자에 기록되어 있기를 안중근 토마스 37주년 대례연미사 거행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당시 봉헌된 미사는 대례(大禮)미사, 큰 예를 올리는 미사를 노기남 대주교님께서도 봉헌하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노기남 대주교님께서는 해방 직후에 귀국하신 안중근 의사 가족들에게 명동성당 안에 있던 가옥을 거처로 마련해 주시고 생활비를 지원해 주셨으며, 1950년대 당시 이승만 정권이 상해 임시정부 출신들과 야당 정치인들이 주최하는 안중근 의사 추모 행사를 막기 위해서 장소를 허락하지 않을 때마다 안의사님의 추모행사를 할 수 있도록 노기남 대주교님께서는 명동성당을 내어드리곤 하셨다 합니다. 또 노기남 대주교님께서 은퇴하신 후인 197992일에는 명동대성당에서 안 의사 탄생 10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하기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노기남 대주교님의 후임이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도 공식적으로 안중근 의사 추모미사를 처음 집전하신 분이라 하겠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의거가 가톨릭 신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천명하신 분이 김수환 추기경님이십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는 1993년 가톨릭교리신학원에서 있었던 안중근 토마스의 신앙과 민족운동이라는 심포지엄 추모미사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교회를 대표해서 지난 역사의 해석 오류에 대한 사과의 말씀을 명백히 이렇게 밝히셨습니다.

일제 치하의 한국교회를 대표하던 어른들이 안중근 의사의 의거에 대해 그릇된 판단을 내림으로써 여러 가지 과오를 범한 것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오에 대해 교회를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서 사과를 하라면 사과를 할 것이고, 속죄를 해야 한다면 속죄를 하겠습니다.”라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더 나아가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삶은 크리스천 생활의 모범이셨습니다. 그분은 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소명 실천에 투철하셨을 뿐만 아니라 기도 생활과 수덕 생활에도 철저하셨습니다. 일제의 무력 침략 앞에서 풍전등화와 같았던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이 땅의 국민들이 자구책으로 행한 모든 행위는 정당방위와 의거로 보아야 합니다라고 하시면서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정당방위이자 의거라고 규명하신 것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해석이라고도 하겠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에 이어서 정진석 추기경님께서도 안중근 의사 추모미사를 봉헌하셨습니다. 안중근 의사 집안과 집안끼리 사돈 관계에 계신 정진석 추기경님께서는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은 2010326일 이곳 명동대성당에서 안 의사 순국 10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하셨습니다. 그래서 교구 차원에서 명동 주교좌 성당에서 공식적으로 안 의사의 추모 미사를 봉헌하신 것은 그때 정진석 추기경님이 효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저의 전임이신 공경하올 염수정 추기경께서도 교구 총대리 주교님으로 봉직하시던 2011년에 안중근 의사의 행동이 더 큰 평화를 건설하기 위한 노력이셨다라고 평가하시면서 안중근 의사 시복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역설하셨습니다. 또한 2014년에는 안중근 의사께서 수감 중 직접 쓰신 붓글씨 경천하늘을 공경한다는 뜻의 유묵을, 그 유묵을 교회가 기증받아서 서소문역사박물관에 전시하게 된 배경에도 염수정 추기경님께서 가지신 안중근 의사에 대한 각별한 존경심과 현양의 뜻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습니다. 그리고 작년 말 202112월에 안중근 의사의 외손녀 고 황은주 여사님의 영결식을 염수정 추기경님께서 직접 집전하실 만큼 안중근 의사에 대한 현양의 마음이 각별하셨습니다.

 

이제 저는 우리 교회의 안중근 의사에 대한 특별한 공경과 기림을 이어받아 오늘 이 미사를 드리며 안중근 의사의 신앙심을 볼 수 있는 몇 가지를 떠올려 봅니다. 안중근 의사께서는 옥중에서 고해성사를 받기 위해 본당 사제를 모셔줄 것을 요청하셨고 또 뮈텔 당시 주교님께는 우리 한국교회와 민족 복음화를 위해 헌신해 달라는 당부의 편지를 남기셨으며, 당신의 변호를 맡았던 일본인 변호사와 백부에게는 세례 받으시라고 부탁하셨고, 또 모친과 부인에게는 장남 안분도를 사제로 키워달라는 유언을 남길 만큼 아주 깊은 신앙인의 모습을 사셨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안중근 의사께서는 자신의 사형 집행일을 예수님께서 붙잡히시고 돌아가신 성금요일에 해달라고 청하실 만큼 깊은 신앙심과 연계된 그러한 의거였음을 우리는 볼 수 있습니다. 또 사형 받으시는 순간 바로 그 직전에도 이렇게 안 의사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며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라는 최후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이처럼 안중근 의사는 신앙심과 민족애를 잘 결합시킨 모범 신앙인이셨습니다.

동양 평화를 위한 안중근 의사의 깊은 뜻에 대해 일본인 학자 중에서도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을 독일의 철학자 칸트의 영구평화론과 연관해서 해석을 한 학자도 있다고 합니다. 또 일본의 류코쿠대학 안중근 동양평화연구센터는 매년 안중근 평화사상에 대한 심포지엄을 일본에서도 개최하고 있는데 거기에도 일본의 학자들도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우리들은 안중근 의사께서 한 몸을 살라 민족의 자주독립을 수호하고자 했으며 이를 통해서 동양의 평화를 구축하고자 하신 살신성인의 그 자세 안에서 십자가를 묵묵히 지고 가신 예수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오늘날 개인적인 행복 안에 안주하고자 하는 많은 이러한 시대 풍조 안에서, 그것도 물질적인 풍요로움 안에서 개인적인 행복을 찾고자 하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참 평화 건설이 없이는 개인의 확고한 안녕이 있을 수 없음을 일깨우시고, 참된 평화는 상호 존중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역설하십니다. 참 평화 건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신 신앙인의 귀감이 되십니다. 평화를 위해 순교하신, 말하자면 평화의 순교자로서 오늘날에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전 지구 차원에서, 또 그리고 분단이 고착되어가고 있는 한반도에서 평화를 건설하는 사도가 되라는 가르침을 안중근 의사는 우리에게 주고 계십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여 전쟁이 발발한 오늘날 세상 안에서, 더욱 구체적으로는 분단 80년을 향해 가고 있는 한반도 이 땅에서 우리 신앙인들은 어떻게 평화의 사도 역할을 해야 할지 우리 각자 곰곰이 묵상해 보고 또 실천할 방도를 찾아보기로, 이 미사 중에 우리의 결심을 세워 봅시다.

 

 



서울대교구홍보위원회 2022-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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