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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웃고 나면 세상이 밝아지죠."

음악으로 사랑 전하는 ''바우네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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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뭐 있나요. 신나게 웃으면서 살아야죠."
 강원도 철원군에 있는 한 개신교회 만남의 방. 흰 양복과 중절모 차림의 한경희(라우렌시오, 57)씨가 노래를 부르며 흥겹게 춤을 춘다. 엉덩이춤부터 요즘 유행하는 말춤까지 못추는 춤이 없다. 그 옆에서 아내 최순덕(요안나, 52)씨가 색소폰을 불며 흥을 돋운다. 어르신들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 한경희,최순덕 부부가 집 근처 교회 만남의 방을 찾아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한씨 부부는 1998년부터 양로원 등을 찾아 음악공연을 시작했다다. 찾아가면 기뻐하는 어르신들 모습이 좋아서다. 2010년 철원에 곤드레밥집 문을 열면서 매달 첫째 주 수요일이면 식당 문을 닫고 `바우네 밴드`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음악봉사를 시작했다.

 #행복은 마음속에
 그런데 어르신들 틈에 섞여 공연을 보던 한씨 어머니 박교순(안나, 80)씨가 아들 부부를 `엄마 아빠`라고 부른다. 노모는 15년째 치매를 앓고 있다. 며느리는 그런 시어머니에게 한 번도 얼굴을 찌푸린 적이 없다. 시어머니가 화를 내도 "어머니, 왜 화가 나셨어요"라며 웃음을 잃지 않는다.
 불행이라는 걸 모를 것 같은 한씨 가족에게도 큰 아픔이 있다. 아들은 장애인이고, 한씨는 간암으로 투병 중이다. 외아들 필규(26)씨는 얼굴이 기형으로 자라는 크루존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갖고 태어났다.
 한씨는 "아들은 항문과 코가 막힌 채로 태어나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며 "심장발작 등으로 중환자실을 드나들고 대수술을 수 십 번이나 받았다"고 말했다. 아들은 7살 때 병자성사까지 받았다. 한씨는 하늘만 바라보고 하염없이 울어야 했다.
 아들이 좀 안정이 되자 노모에게 치매가 왔다. 하루아침에 아기가 된 것이다. 이어 또 다른 불행이 거친 파도처럼 가족을 덮쳤다. 한씨는 경찰관으로 근무하던 2003년 간암 판정을 받았다. 간 절제수술과 색전술, 간이식수술 등 11번의 대수술을 받았다. 한씨가 퇴직기념 가족사진을 찍던 날, 그의 윗옷 주머니에는 유서가 들어 있었다.
 "주님에 대한 원망은 없었어요. 죽음도 무서웠지만 가족과 이별하는 게 더 두려웠어요. 아픈 아들을 두고 가려고 하니까…." 한씨는 늘 웃는 얼굴로 가족을 대해며 몰래 눈물을 삼켰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마지막 간 이식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올해로 수술을 받은 지 7년째, 2년만 더 지나면 완치단계에 이른다.

 #서로에게 힘이 되는 가족
 "웃으면 엔도르핀이 나온다는 말에 산에 올라가 미친 듯이 웃었죠. 한 번은 너무 웃어 배 수술부위가 터졌지 뭐에요."
 한씨는 늘 웃고 살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아내가 옆에서 힘이 돼줬다. 남들 앞에 나서기를 꺼리던 아내는 남편을 위해 악기연주도 배웠다.


 
▲ "악기를 연주하며 한바탕 춤추고 웃으면 세상이 밝아집니다."
바우네밴드 한경희.최순덕 부부가 색소폰을 들고 웃고 있다.
 
 
 한씨는 아내 별명이 `성모님`이라고 했다. 아내 최씨는 늘 자기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배려했다. 최씨는 남편이 실수를 해도 "잊으세요. 이제 안 하면 되죠"라며 위로했다. 아들과 남편이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 때도 최씨는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최씨는 지난 2월 삼성효행상을, 5월에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한씨는 "작은 일 하나하나에 자책하고 힘들어하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다"며 "나야말로 매일 울면서 지내야 하는 사람 아니겠냐"고 말했다. 모든 게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한씨는 "지금처럼 건강하게 가족이 함께 사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부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부부가 다른 공연장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인생의 기쁨을 스스로 만드는 거예요. 또 한바탕 신나게 웃어봐야죠."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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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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