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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온 편지] 척박한 땅에 심겨진 하느님 섭리 전하려

카자흐스탄 탈티쿠르간본당(하) 연기순 수녀(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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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훈(안드레아) 형제는 이 화훼 비닐 하우스에서 땀흘리며 꿈을 키워가고 있다.
 
 
   낯선 땅에 복음을 전하러 온 우리 수녀들의 수호천사 김훈(안드레아) 형제는 카자흐스탄 도착 4년 만에 농군의 꿈을 이뤘습니다.

 지난호(11월 27일자)에 말씀드렸듯이, 안드레아씨는 초기에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이곳 고려인들에게 하느님 사랑과 희망을 전하고 싶어 합니다.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1936년 이곳에 내던져진 고려인들은 가난과 차별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안드레아씨는 자신의 농업기술로 고려인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선교사`가 되려고 합니다. 우리는 딸띠꾸르간에 첫 발을 내디딘 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안드레아씨와 나눈 대화를 통해 선교지 상황을 소개하는 게 더 나을 듯 싶습니다.


 
▲ 강제이주된 고려인들이 토굴을 파고 살았던 우스토베 초기 정착지에서.
 
 
 -초기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요?

 2년 전 들에서 일하고 있을 때 어머니 임종 소식을 들었습니다. 수입은 형편 없었고, 한국에서 갖고 온 돈도 바닥이 났을 때였죠. 가족 4명이 비행기를 타야했는데 당연히 돈이 없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항공료를 빌려 장례식에 참석했습니다. 꿈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지, 아니면 남아서 계속 도전을 해야 할지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온 것을 느꼈어요. 그런데 아버님이 어머니 마음을 전해 주셨어요. 어머니가 당신 명의의 적금과 보험금을 제게 남겨 주신 거예요. 재기하는데 쓰라면서. 저와 아내 가타리나에게 신앙을 심어주시고 마지막 마음속 사랑까지도 주고 가신 분, 그분이 어머니셨습니다.

 -이곳 사람들에게 하느님은?

 제가 별 무리 없이 주민들과 잘 지내는 것은 카자흐스탄 민족의 `포용력` 덕분입니다. 고려인들은 처음 이곳에 도착해 추운 겨울을 날 집이 없어 맨 손으로 토굴을 파고, 먹을 것이 없어 이들이 뱀이라고 부르는 물고기를 잡아먹으면서 연명해야 했습니다. 그런 고려인들을 카자흐스탄 민족이 따뜻하게 품어 안아 주었습니다.

 양과 말떼를 이끌고 유르타(이동식 집) 생활을 하는 유목민이기에 집착이나 소유욕이 없는 것 같아요. 세계에서 가장 큰 내륙국인 드넓은 땅에 인구가 1500만 명 정도니 사람을 만나면 반가워하는 건 당연하죠. 이방인을 환대하며 극진히 대접하는 모습은 가진 것이 많기에 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부유하기에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울 점이 많은 민족입니다.

 고려인들 역사는 수난의 역사입니다. 맨손으로 시작한 분들이기에 마음의 여유 없이 살아온 것 같아요. 고려인들이 아끼고 모아서 자식들 공부시키고, 자식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희생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가슴에 맺힌 한(恨) 때문이지요.

 -추위와 배고픔에 떨던 고려인들에게 `믿음`은 무엇이었을까요?

 한 어르신이 "내가 여기서 누구를 믿었겠느냐? 나 자신밖에 없었다. 어떻게 알라를 찾고 하느님을 찾을 수 있었겠냐? 종교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치였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분의 휜 손가락을 보니 고개가 절로 숙여지더군요. 맞습니다. 그들에게 하느님은 사치스러운 존재였겠지요. 그래서 선교라는 것 자체가 이들에게 무슨 득이 될까 하며 뒤로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오로지 자신만을 믿고 살아온 삶, 그러나 돌아보니 하느님께서 이끄셨다는 것을 고백할 수 있다면 더 극적이지 않을까? 그래, 한번 해 보자.`
 탈티쿠르간본당 신자의 90가 폴란드인입니다. 고려인은 한 분도 없어요. 개신교는 20년 전부터 목사님을 파송해 선교를 한 덕에 신도들이 대부분 고려인입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지난해에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 수녀님들이 와주신 거예요. 저희 가족이 얼마나 기도를 했는데요. 하느님께서 기도를 들어 주신 거지요. 수녀님들이 와 계신다는 것 자체가 힘이 됩니다.

 -카자흐스탄 도착 후 달라진 것은?

 경제적으로는 지난날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빈곤하지만 마음은 편안합니다. 복음 묵상 중에 욕심을 버리면 버릴수록 마음이 부유해진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땀흘려 거둔 농산물을 성당 가족들과 나누고, 한식 홍보대사(?)인 아내 가타리나가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나눌 때 우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됩니다.

 인생 목표도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돈 벌어서 편하게 살아야겠다는 게 목표였지요. 그런데 지금은 갖고 있는 것을 나누면 더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느님 계획 하에 모든 것이 이뤄지는 것 같아 기쁩니다. 돈이 없다고 해서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든든한 배경이 있으니까요. 부지런히 일하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저를 하느님께서 외면하지 않으실 거라는 믿음…. 하느님
안에서 그 믿음을 키워가고 싶습니다.

선교지 후원계좌
하나은행 121-910203-60107 연기순(카자흐스탄 선교 책임 수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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