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 함께 호호 불며 겨울에 서울 강동구 길동본당에서 주일미사를 드리면 특별한 선물을 받을 수 있다. 바로 본당 신부들이 직접 나눠주는 따끈따끈한 호빵이다. 매 주일미사가 끝나고 나면 길동본당 김순진 주임신부와 이성진 보좌신부는 신자들에게 호빵을 나눠주느라 바쁘다.
▲ 길동본당 주임 김순진 신부(왼쪽)가 1월 17일 교중미사를 마치고 신자들에게 호빵을 나눠주고 있다.
길동본당의 겨울 호빵 나눔은 4년 전 김순진 신부가 부임하면서 시작했다. 김 신부는 “신자들과 서로 소통하고 나누기 위해 호빵 나눔 운동을 시작했다”며 “호빵을 나눠주면서 신자들과 한 번이라도 더 눈을 마주치고 한마디라도 더 건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신부가 부임한 뒤로 길동본당은 여름(7-8월)이면 아이스크림과 찐 옥수수 겨울(12-2월)에는 호빵 잔치가 벌어진다. 말 그대로 ‘잔치’다. 1월 17일에는 돌잔치가 벌어졌다. 이 본당 문종혁(프란치스코·39)씨가 첫 아이의 첫 생일을 기념해 이날의 호빵 나눔 비용을 지불했다. 문씨는 “늦게 생긴 아이의 첫 생일을 본당 교우들과 함께 기뻐하기 위해 기부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처럼 길동본당의 호빵 나눔은 본당 신자들의 기부로 이어진다. 신자들은 자녀의 취업 며느리의 세례를 함께 축하하기 위해 혹은 장례식에 와서 연도해 준 신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기꺼이 호빵 값을 기부한다. 본당은 주보 공지를 통해 사연을 알리고 신자들과 함께 사연의 주인공을 위해 기도한다.
매주 70여만 원에 이르는 호빵 값 기부 릴레이가 이어진다. 매 미사마다 호빵을 쪄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김 신부는 호빵 나눔을 통해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신자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며 본당 신자들 간에 따뜻한 사랑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 신부는 “우리 신자들은 본당을 위해 언제나 내어놓지만 본당이 신자들에게 주는 것은 별로 없다”며 “주중에 열심히 생활하고 주일에 하느님을 만나러 오는 신자들에게 따뜻한 호빵 하나가 작은 기쁨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