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흥5동본당
▲ 시흥5동본당 신자들이 요셉의원으로 보낼 신발들을 둘러보고 있다. 이지혜 기자
아무도 신지 않아 신발장 안에서 잠자고 있는 신발이 한겨울 발이 시린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신발일 수 있다.
서울대교구 시흥5동성당(주임 정동훈 신부) 로비에는 깨끗이 세탁한 운동화와 구두 단화 등 남성용 신발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누군가가 신었던 흔적은 있지만 발 치수가 맞지 않아 주인 없이 신발장에 보관돼 있다가 나온 신발들이다. 새 신발들도 눈에 띈다.
시흥5동본당 신자들이 인근의 행려인 무료 진료소 ‘요셉의원’ 환자들을 위해 각 가정의 신발장을 열었다. 추운 겨울 신발 하나 제대로 성하지 않은 요셉의원 행려인들에게 전해주기 위해서다. 본당 주임 신부는 주보 공지를 통해 신자들의 관심을 독려했다. 지금까지 50여 켤레를 모았다.
본당이 요셉의원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같은 영등포구에 있는 요셉의원 이문주 원장 신부가 15지구(영등포구-금천구) 사제모임에 함께 하면서다. 요셉의원의 사정을 알게 된 15지구 사제들은 요셉의원 행려인들을 위한 신발 모으기에 동참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대방동ㆍ여의도본당 등 3~4개 본당이 이처럼 신발을 모아 요셉의원에 전달했다.
시흥5동본당 총회장 최명식(다니엘)씨는 “처음 신발을 모을 때는 신자들이 ‘신던 신발인데…’하며 망설였지만 이 신발이 간절히 필요한 분들이 있다고 하니 새 신발도 가져오는 분위기가 됐다”며 흐뭇해 했다.
요셉의원 한동호(베네딕토) 사무국장은 “겨울용 신발과 의류는 워낙 고가여서 요셉의원 자체 예산으로 해결하기가 어려운데 인근 지역 신자들이 보내준 신발들이 행려인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시흥5동본당은 이달 말까지 신발을 더 모아 요셉의원에 보낼 예정이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