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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반포4동본당, 새터민 60명 세례식 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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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계신 분들 중에서 상처와 아픔이 없는 분은 없습니다. 정말 먼 길을 오셨고, 이제 여러분은 한없이 여러분을 아끼고 사랑하시는 하느님 안에서 새로 태어났습니다. 행복한 새로운 삶을 사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서울 반포4동성당(주임 이종남 신부)에서는 6월 18일 토요일 오후 6시 뜻깊은 세례식이 거행됐다. 서울은 물론 인천과 의정부 등 다른 교구 지역에서도 온 60명의 새터민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세 살 어린이부터 70대 할머니까지, 전직 고위 관리 출신부터 가난한 노동자까지 연령과 출신도 다양하다. 특히 대학생들이 많은 것은 고무적이다.

“오늘 세례를 받은 사람들 중에는 감옥에 갔다 온 사람, 부모를 눈 앞에서 잃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은 정말 큰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고 사랑에 굶주린 분들입니다. 저는 아버지처럼, 제가 줄 수 있는 사랑을 모두 주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랄 뿐이지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새터민들의 세례식 소식을 듣고 직접 이종남 신부에게 전화를 해 대신 축하를 전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교구장의 인장이 새겨진 묵주를 한 보따리 보내왔다.

본당 주임 이종남 신부는 세례식을 거행한 후 한껏 들뜬 목소리로, 새 삶을 시작한 새터민 한 명 한 명의 이름과 세례명을 일일이 부르면서 축하를 전하고 각오를 물었다.
탈북한지 2년이 채 안 되는 양모씨는 요셉을 세례명으로 정했다. 그는 세례 후 “여기까지 오기가 무척 힘들었다”면서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는 오직 한 가지, 사랑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 같은 깊은 사랑을 보여주신 신부님께 감사를 드린다”며 “사랑이 넘치는 성당을 ‘새터’로 새로운 삶을 열심히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한 번에 60명이나 되는 새터민들이 하느님의 새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여기에는 이미 10여 년 동안 이러저러한 경로로 새터민들의 인생 상담, 신앙 상담을 해온 이종남 신부의 오랜 관심이 깔려 있다.

지난해 10월 본격적으로 예비신자 교리를 시작하면서, 이 신부는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기만 한 새터민들이 편안하게 신앙을 배우도록 하기 위해 직접 일주일에 한 번씩 교리를 가르쳤다. 멀리서 아침도 거르고 오는 새터민들을 위해서 간식도 제공하고 교리와 미사를 마친 뒤에는 함께 식사를 나눴다.

교리도 알아듣기 쉽게 전달하려고 애썼다.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세례를 받으면 공산당에서 천주당으로 옮겨가는 것입니다’ 하는 식이다.

세례 후에도 지속적인 신앙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일대일로 혹은 대여섯 명씩 그룹을 지어 열심한 본당 교우를 대부모로 선발해 신앙의 멘토로 지정해줬다. 학생들에게는 대학 교수를, 피아노를 치는 새터민에게는 피아니스트를 대부모로 연결해주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이들 멘토들에 대한 교육도 이 신부가 직접 실시했다.

본당이 펼치는 모든 배려의 취지는 결국 하나로 모아진다. 어렵고 힘든 경험을 해온 새터민들이 하느님과 형제들의 사랑 안에서 평화를 누리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한 가지다.

이종남 신부는 “이들 새터민들은 북한을 복음화하는 가장 중요한 몫을 하게 될 사도들”이라면서 “가장 사랑을 필요로 하는 소외된 이웃이자 북한 선교의 주역이 될 새터민들에게 큰 사랑과 관심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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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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