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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눈으로 ‘백신’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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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 나라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연일 백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백신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에서 비롯한 문제들도 발생하고 있다. 백신에 관한 여러 문제, 그리스도인의 시각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 백신 접종을 둘러싼 이기주의

백신을 둘러싸고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는 이기주의다. 자국민만을 우선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하고 접종하는 모습들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백신 개발이 가속화되자 선진국들은 백신을 ‘싹쓸이’하기 시작했다. 캐나다는 인구의 6배, 미국·영국은 인구의 4배, 유럽연합은 인구의 2배에 해당하는 백신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 중 일부만이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위험부담을 줄이고자 최대한 많은 백신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백스(COVAX)를 설립해 전 세계적인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주도하고 있지만, 코백스만으론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크다. 대표적인 강대국으로 꼽히는 미국도 코백스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공격적으로 백신 물량을 끌어모으고 있고, 코백스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들도 자국민을 위한 별도의 백신 물량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렇게 부유한 국가들이 더 많은 백신을 확보해 나갈수록 아프리카 등 저소득 국가는 백신 확보가 요원하다. 코로나19가 각국의 사회·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백신 공급의 부익부, 빈익빈은 그 이상의 양극화를 가져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이기주의는 비단 국가 간 일만은 아니다. 한 나라 안에서도 백신 접종을 두고 차별과 이기주의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접종률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민을 접종에서 배제해 비난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서안·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법적으로 백신을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주민 뿐 아니라 세계 각국 이주민, 난민 등이 백신 접종에서 소외되는 일이 많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회는 꾸준히 코로나19 백신이 모든 이에게 제공돼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속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제공이 보편적이어야 함을 역설해 오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19 세계적 유행이 가속화되던 지난해 5월 3일 주일미사 강론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방법으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감염된 모든 사람들이 필요한 건강관리를 받는 데 필수적인 기술에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8월 19일 수요 일반알현에서도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우선권이 부자 위주로 주어진다면 슬픈 일이 될 것”이라면서 “백신이 모두를 위한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 국가의 자산이 돼 버린다면 참으로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에는 지난해 성탄 메시지를 통해 “이 희망의 빛을 모두에게 비출 수 있도록 모두가 백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면서 전 세계 각국과 제약회사, 국제단체 지도자들에게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모두가 코로나19 백신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 낙태된 태아를 통해 개발된 백신의 접종

코로나19 백신의 가장 큰 이슈는 분배의 공정성이지만, 일부 백신 개발이 비윤리적인 방법을 통해서 이뤄졌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점이다.

지난해 6월 의학저널 ‘사이언스’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얀센, 칸시노-베이징생명과학연구소, 미국 피츠버그대, 이뮤니타바이오-난트케이웨스트 등이 백신 개발을 위해 HEK-293, PER.C6 등을 사용한다. HEK-293와 PER.C6는 낙태된 태아에서 파생된 세포를 배양한 세포주(cell line)다. 태아 세포가 백신의 안정성을 쉽게 높일 수 있고 보관도 용이하기 때문에 낙태된 태아에서 유래한 세포주들은 주로 ‘바이러스벡터’ 방식의 백신 개발에 이용되곤 한다.

물론 현재 백신 개발을 위해 추가로 낙태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추출한 세포를 배양해 증식시켜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낙태, 즉 태아에 대한 살해를 통해 세포주를 얻었다는 윤리적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교회는 어떤 행위가 윤리적이기 위해서는 그 의도와 방법과 결과가 모두 ‘선’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백신 개발이라는 선한 의도와 결과가 있더라도 방법이 ‘태아 살해’라는 악에 해당한다면 도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낙태된 태아를 통해 얻은 세포로 백신을 개발한 이들도, 그 백신을 이용한 이들도 낙태에 간접적으로나마 함께하고 있는 것이기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화이자나 모더나 등의 코로나19 백신에 적용된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을 비롯해 바이러스를 약화·비활성화시키는 생백신과 사백신 등 태아 세포를 이용하지 않는 백신 개발도 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태아 세포를 활용한 백신 개발은 정당하지 않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낙태된 태아에서 추출한 세포주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을 윤리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 교회의 입장이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지난해 12월 21일 코로나19를 막거나 예방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없다면 낙태된 태아 세포를 이용한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공지한 바 있다.

이런 허용이 가능한 이유는 우선 백신을 이용하는 사람 편에서는 낙태라는 죄에 대한 협력이라는 측면에서 ‘수동적인 먼 협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수많은 이들이 코로나19로 죽어가는 긴급한 상황 속에서 ‘특히 가장 힘없는 이들과 가장 위험에 노출된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또 다른 도덕적 의무가 반영된 것이다. 신앙교리성은 “이러한 백신의 합법적 사용은 낙태된 태아에서 나온 세포주의 사용에 대한 도덕적 승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어느 모로도 그러해서도 안 된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윤리적 문제가 있는 백신이 허용되는 것은 현 상황이나 국가의 지침 등으로 윤리적 문제가 없는 백신을 선택할 수 없을 때에 한해서다. 신앙교리성은 “백신 접종은 원칙적으로 도덕적 의무 사항이 아니기에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양심을 이유로 윤리적 문제가 있는 백신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윤리적 관점에서, 백신 접종의 도덕성은 자기 자신의 건강을 지켜야 하는 의무뿐만 아니라 공동선을 추구해야 하는 의무에도 달려 있다”면서 “백신을 거부하더라도 다른 예방 수단과 적절한 행동으로 감염원을 옮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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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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