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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74) 악마보다 못한 도널드 트럼프 / 윌리엄 그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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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서 주인공 파우스트는 권력에 집착해 사탄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는다. 계약 내용은 간단했다. 파우스트가 사는 동안 그의 욕망이 채워진다면, 죽은 뒤 지옥에 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변형이 있었다. 괴테의 이야기에서 파우스트는 결국 구원됐다.

미국에도 변형된 이야기가 있는데, 스티븐 빈센트 베넷의 「악마와 다니엘 웹스터」에서 악마는 계약을 둘러싼 재판에서 이겼다. 이 악마는 도널드 트럼프보다 더 훌륭한 ‘굿 루저’(테니스 용어로 게임에 패배해도 훌륭한 태도를 갖는 플레이어를 말함)다. 하지만 결국, 악마와 계약을 맺은 이들은 “지옥에나 가라!”라는 말을 듣는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승인을 앞둔 의회를 습격한 것은 지난 4년 동안 트럼프가 보인 행동거지와 지지자 조종, 공화당을 통한 자신의 행동 합법화를 주의 깊게 살펴본 이들에게는 놀라운 일도 아니다. 내 생각이지만 이들이 의사당을 불태우지 않은 것이 놀라울 정도다.

이는 1960년대 공화당이 악마와 맺은 계약의 결실이다. 당시 시민 평등권 관련법들은 흑인의 위상을 높였고 특히 남부 지역에서 백인이 누렸던 정치적 패권을 위협했다. 당시 공화당은 흑인에 대한 편견을 퍼뜨려 백인들이 민주당에서 멀어지게 했는데, 그들은 이를 남부 전략이라고 불렀다.

만약 이 전략에서 새 지지자들이 다른 인종과 민족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게 했더라면, 공화당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대신 공화당은 다른 인종과 민족에 대한 편견을 키우고 이를 조장했다. 결국 2005년 당시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은 흑인 사회에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으로 인종주의를 끌어들인 남부 전략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이는 너무 늦었다.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반유다주의의 물결이 점점 커져 공화당을 집어삼켰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직이 이 결과를 잘 보여준다. 그의 집회는 인종주의와 반유다주의로 점철된 축제였으며, 남부연합기와 6MWNE(600만 명은 충분하지 않다)와 아우슈비츠 수용소 로고가 새겨진 스웨터로 가득했다.

의사당과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은 공화당이 악마와 맺은 계약의 결과물로서 ‘지옥에나 가라!’라는 말을 듣기에 딱 좋다. 공화당은 회개와 개혁을 통해 이 계약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파우스트와 같이 권력에 집착한 유일한 사례는 아닐 것이다.

미국 가톨릭교회는 어떨까?

전통적으로 가톨릭 신자들은 민주당을 지지했다. 이들은 도시에 사는 이주민으로 공업에 종사했다. 이들의 관심사는 비즈니스 중심의 공화당 지지자들과는 달랐다. 하지만 이들의 자녀와 손자들은 점차 부유해졌으며 공화당이 권력욕에 빠져 ‘파우스트의 계약’을 맺은 것을 간과하며 공화당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이러한 자연스러운 공화당으로의 이동 이외에도 가톨릭교회 내부의 영향도 있다. 교회 내에서도 어떤 목적을 위해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 반유다주의와 영합한 파우스트의 계약 같은 것이 있었다. 물론 교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이들의 상황은 나치가 행한 일을 좋아하지 않지만 나치가 자신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을 기대했던 독일인과 같았다.

지난해 11월 열린 대선에서 투표한 가톨릭 신자 중 절반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거짓말, 위선, 인종주의, 족벌주의, 부패, 자아도취, 집단 따돌림, 성추행, 법질서 도전, 총체적 무능을 4년 동안 겪고도 그에게 투표했다. 여기에 가톨릭 신자들이 따라야 할 명분이 있을까? 그럼 왜 그를 뽑았을까?

가톨릭 신자들의 삶을 그리스도인답게 이끌어야 할 사목자들이 이러한 트럼프의 결점을 간과한 것이 한 가지 원인으로 지목될 수 있을 것이다. 조셉 스트릭랜드 주교는 “텍사스 타일러교구장으로 ‘민주당과 민주당의 가치를 지지하는 신자들은 회개하라. 그렇지 않으면 지옥 불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한 한 사제의 메시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스트릭랜드 주교는 나중에 트럼프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도둑질은 그만’(Stop the Steal) 집회에 참여하고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습격을 선동했다. 의회 습격 뒤 그는 “슬픈 날”이라면서 “우리는 하느님께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느님께 돌아가자고 하면서도 자신이 습격의 토대를 놓았다는 것은 회개하지 않았고, 의회를 습격한 이들이 지옥에 갈 것이라고도 말하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와 영합한 몇몇 주교와 사제 중 한 사람이다. 문제는 이러한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 다른 미국 주교들은 어디에 있었느냐는 것이다. 주교단의 침묵은 시어도어 맥캐릭의 추문을 낳았고 온 교회가 곪아 터지도록 만들었다.

미국 주교단과 사제들은 미국 가톨릭 신자들이 복음에 따라 식별하고 평화를 추구하며 공동체를 사랑하도록 이끄는 데 실패했다. 이러한 일이 그들의 직무가 아닌가!

주교단은 예를 들면 낙태 등 자신들이 실패한 일을 정치 구조에 의존한 실패자들이다. 주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고 사회를 생명이라는 비전으로 이끌었다면 낙태는 공개처형이나 능지처참처럼 생각지 못할 일로 만들었을 것이다.

이러한 미국 주교단과 몇몇 사제들을 ‘지도자’라고 부르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그리고 미국교회를 이끄는 이들은 ‘지옥에나 가라!’







윌리엄 그림 신부 (메리놀 외방전교회)
메리놀 외방전교회 사제로서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주교회의가 발행하는 주간 가톨릭신문 편집주간을 지내기도 했다. 현재는 아시아가톨릭뉴스(UCAN) 발행인으로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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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1-19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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