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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오른쪽)과 박병석 국회의장이 교황청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 제공 |
이탈리아를 공식 방문한 박병석 국회의장이 9일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을 만나 “북한이 국제사회로 복귀하도록 나서주면 한반도 평화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보편 교회에 협력을 요청했다.
5일부터 유럽을 순방 중인 박 의장은 이날 로마 바티칸을 방문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걸음에 교황청의 관심을 표명했다. 2018년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이 교황을 만나 처음 요청했던 교황의 북한 사목 방문과 관련해 다시금 바티칸의 의중을 살피고,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50분 동안 진행된 면담에는 추규호(루카) 주교황청 한국대사와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함께 자리해 이 같은 사안을 논의했다.
박 의장은 이 자리에서 “파롤린 국무원장께서 그간 콜롬비아 평화협정, 시리아 문제 등에서 교황청의 중재와 분쟁해결 노력을 주도했다”면서 “70년 이상 분단된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도 기여해 주길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황께서 지난 3월 이라크를 방문하는 등 분쟁 지역에 적극 관여하고 계시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북한이 국제사회로 복귀하도록 나서주시면 한반도 평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는 대화를 통해 외교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합의했다”면서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오면 백신 공급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전했다.
이에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께서 한반도 평화에 대해 자주 말씀하셔서 우리도 관심이 크다”며 “수년 전 북한 홍수사태 때 재정 지원을 계기로 북한과 접촉한 적이 있는데, 교황께서는 접촉을 심화시킬 필요도 있다고 하셨다”고 답했다. 이어 “북한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고, 북한을 돕고 싶다”며 “교황청은 북한과의 채널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님께서 북한에 가고 싶은 것은 확실하다”면서 “북한의 초청장이 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교황청에서는 이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있고, 교황님 개인적으로도 책임진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다”면서 “한국 교회 주교님과도 관련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워싱턴대교구장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을 만난 데 이어,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후 오스트리아와 스페인 순방 중에도 현지 고위 성직자들을 잇달아 만나 한반도 평화와 북한 문제를 향한 보편 교회 성직자들의 관심을 호소한 바 있다. 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