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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가 차가운 바닥에 웅크리고 구걸하는 이들을 보면 보통 어떤 행동을 하는가. 누군가 괴롭힘을 당하는 등 불의한 모습을 목격한다면 또 어떻게 하는가. 우선 머릿속으로 `도와야 할까, 말아야 할까`를 판단할 것이다. 그리고 선택에 따라 가던 길을 가거나 눈앞의 대상을 돕는 행동이 따를 것이다.
새천년복음화사도직협회 산하 새천년복음화연구소(소장 조영동)는 10월 26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그리스도인 행동에 대한 신학적 고찰`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신앙인으로서 어떤 행동이 윤리적 의미를 갖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재우(가톨릭대 생명대학원) 신부는 `인간의 행위와 덕`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인간의 행동을 △상황 인지 △이성적 판단 △실천 등으로 구조화해 윤리적 행동의 의미를 밝히며 참 신앙인은 궁극적으로 현명ㆍ용기ㆍ절제ㆍ정의의 사추덕(四樞德)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신부는 "`인간적 행위`는 윤리적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본능이나 무의식 중에 행하는 `인간 행위`와는 구별된다"며 "인간의 행위는 이성을 매개로 자신의 행동을 식별하고 실천에 옮기게 되는데, 여기서 무엇이 윤리적 행동인지를 잘 식별하지 못한다면 인간적 행위, 즉 선행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신부는 또 "올바른 식별을 하기 위해선 늘 성찰과 숙고가 반복돼야 하며, 이를 통해 윤리적 실천력을 쌓고 이를 습관화함으로써 미덕의 완성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신부는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인품`이 갖춰지는데, 김수환 추기경을 떠올리면 곧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허규(가톨릭대 신학대) 신부는 `성경과 그리스도인의 윤리` 발표에서 "인간은 하느님 모상, 즉 성사적(聖事的) 존재로 창조됐기에 이미 윤리적 의미를 지니며 태어났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하느님으로부터` 온 인간은 생명존중과 같은 하느님 창조사업과 업적에 동참하며 사는 존재"라고 밝혔다.
허 신부는 또 "신ㆍ구약 성경이 일러주듯 그리스도인은 `하느님 나라`와 `참 행복`을 추구하며 복음적 가치를 우선적으로 따라야 한다"며 "상대주의와 개인주의로 대변되는 현대사회에서 성경은 명확한 행동규범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각자가 지닌 자유가 얼마나 올바르게 쓰여야 하는지를 알려준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